채소, 과일, 생활필수품 가격 급등, 농산물 생육 부진과 원화 약세 영향
연초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이달 말 설을 앞두고 채소와 과일값이 뛰고 있는 데다 가공식품과 생활필수품 가격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여름 폭염과 늦더위 여파로 농산물 생육이 부진했고, 원화값 약세가 원자재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배추 한 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5027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8.9% 상승했다. 무는 같은 기간 77.4% 올랐다. 대표적 겨울 과일인 감귤과 딸기 값은 1년 새 각각 12%와 10.4% 올랐다. 차례상에 올리는 배는 작년보다 24% 비싸다. 음료부터 건전지·샴푸 등 생필품과 화장품은 물론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장 보기 겁난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하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세도 12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상기후와 원화값 약세가 '뉴노멀'로 굳어지면서 물가가 쉽게 잡히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원화 약세가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최대 0.1%포인트 높였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물가가 오르면 살기 힘들어지는 것은 서민이다. 가뜩이나 정치 불안과 내수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뛰면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물가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설 성수품 공급과 할인행사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긴 안목에서 농산물 수급 대책을 세우고, 유통구조 개선, 수입 확대 등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최근의 물가 상승에 환율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환율 방어에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들도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명분 없이 가격 인상에 나서거나 제품 용량을 축소하는 등의 편법을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가 정상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물가는 민심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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