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국선변호사에 나홀로 재판... '다시 돌아가면 빚내서라도 사선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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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취재진에게 제보 이메일이 왔다. 불법촬영 피해를 겪은 윤지혜(가명·30)씨였다. 지혜씨는 가해자를 응징하기 위해 7년간 홀로 감내한 싸움의 과정과 좌절을 풀어냈다. '다른 피해자들이 똑같은 일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불합리한 피해자 조력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공개했다. 악몽은 2017년 봄에 시작됐다. 사귀던 남성이 지혜씨를 불법촬영한

12일 취재진에게 제보 이메일이 왔다. 불법촬영 피해를 겪은 윤지혜씨였다. 지혜씨는 가해자를 응징하기 위해 7년간 홀로 감내한 싸움의 과정과 좌절을 풀어냈다."다른 피해자들이 똑같은 일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불합리한 피해자 조력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공개했다.악몽은 2017년 봄에 시작됐다. 사귀던 남성이 지혜씨를 불법촬영한 것이다. 한 달 뒤에야 피해사실을 알았지만 신고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열세 살 때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고도 범인을 잡지 못한 무력감이 트라우마로 남았던 탓이다. 5년이 지난 2022년 지혜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형사소송법은 피해자는 재판 당사자가 아니라 했지만, 가해자 재판에서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경찰 신고 직후 선임된 '피해자 국선변호사'는"바쁘다"는 핑계만 대며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스스로 책이나 인터넷을 검색해 권리를 행사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결국 1심에선 혼자 힘으로 증언대에 섰다. 그간 변호사 사임계에만 두 번 서명했다. 첫 변호사는"피해자 의견서 한 부를 보내겠다"고 하고선 연락이 끊겼고, 두 번째 변호사는 재판 기록 열람 및 등사를 요청한 지혜씨에게"그렇게 '깜깜이' 재판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불안감은 적중했다. 징역 6개월의 실형을 내린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으로 대폭 감형된 것. 누가 봐도 이례적이었다.지혜씨의 '거부' 의견은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항소심 선고 3주 전, 공탁 사실을 알게 된 지혜씨는 곧장 세 번째 변호사에게"공탁금 거부 의견서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공탁금을 원치 않는 피해자는 공탁소에 '회수 동의서'를 제출할 수 있다. 당사자가 직접 법원이나 검찰에서 발급받아 제출하는 방식이었는데, 지난달에서야 법원이나 검찰이 직권으로 증명서를 발급해 공탁소에 송부하도록 개선됐다.그건 의견서를 제출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판결문도 지혜씨에게 상처가 됐다. 재판부는"피해자가 유년기에 다른 범죄 피해를 당한 경험으로 정서 불안과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었다."정신적 고통이 오로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는 설명이었다. '고소가 늦어진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정신과 치료 기록은 외려 가해자를 돕는 무기가 돼버렸다.시 돌아간다면 사채를 써서라도 사선변호사를 선임했을 겁니다통계는 지혜씨가 '유별난' 피해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2021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220건의 피해자 국선변호사 이용자를 상대로 물어 보니, 약 44.5%가 불성실한 변호사를 만났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변호사 개인에게 돌리기도 어렵다.등 국선변호인이 피해자에게 집중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럿이다. 이현주 피해자 국선변호사는"심급별로 보수가 책정되는 피고인 국선과는 달리 수행업무별 보수가 책정돼 일부 업무는 보수를 받지 못하는 구멍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피해자 국선변호 업무를 맡아 온 서혜진 변호사는"피해자에게 '기업 업무만 해 봐서 잘 몰라요'라고 말하는 비전담 변호사도 있다"면서"전담 변호사를 늘려 피해자 지원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2022년 7월부터 피해자 국선변호사 평가제도를 시행 중이다. 피해자를 조사할 때 변호를 성실히 했는지, 추가 조사나 공판 절차에 참여했는지 등을 따진다. 법무부 관계자는"피해자 국선 전담의 보수를 피고인 국선 수준으로 인상하는 등 처우 개선을 위해 재정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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