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힘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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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 힘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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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이사장의 아들 용균이가 2018년 12월 11일 새벽 충남 태안 서부발전 컨베이어벨트 아래에서 사망한 이야기를 든 것.

인터뷰 가운데 명절에 더욱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의 사연을 묶은 것입니다.] 윤근영 선임 기자=명절 때가 되면 사람들은 즐겁다. 부모님과 자녀, 손주들, 친지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부모님으로부터 오지 말아 달라는 은근한 메시지를 받는 미혼모 들, 실종된 자녀를 아직도 못 찾고 있는 부모들, 가족의 품이 더욱 그리운 고아 등이 그렇다.◇ 김민정 한국 미혼모 가족협회 대표그렇지만 부모님들은 은근히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지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창피하니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힘든 상황에서도 낙태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으니 책임감 있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갈 데가 없다. 명절에 친정에 갈 수 있는 엄마들이 별로 없다. 설날에는 더욱 쓸쓸하고 외로워서 협회가 1박 2일의 캠프를 연다. 강화도 등에 가서 만두도 빚고 떡국도 끓여 먹는다. 엄마들은 아이들한테 세뱃돈도 준다. .▲ 친정 부모와의 관계가 아직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부모님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한다. 명절에는 친지들이 오는데 남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친구의 임신 사실을 알고 도망가서 미혼모가 되는 사례가 가장 많다. 임신 초기에는 낳아서 함께 키우자는 남자도 있다. 그러나 여자친구의 배가 불러오자 마음이 바뀌어 도망간다. 생각보다는 남자들의 마음이 쉽게 바뀐다. 여자친구가 자기한테 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몰래 이사 가는 남자도 있다.▲ 어떻게 보면 아주 훌륭하고, 용기 있는 엄마들이다. 낙태하지 않고 생명을 지켰기 때문이다. 입양을 보내지 않고 자기가 책임을 진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는 아기를 낙태하거나 입양 보낸 엄마보다는 책임지고 키우는 엄마를 비난한다. 저출산 시대에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응원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남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에서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내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했다. 먼저 아버지가 출가해 스님이 됐고, 이에 화가 난 외할아버지가 어머니를 데려갔다.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살았다. 할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다.▲ 집에 쌀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반찬은 김치, 간장, 고추장뿐이었다. 쌀밥 대신에 보리밥과 수제비, 칼국수를 먹는 날이 많았다. 할머니는 칼국수에다 라면 하나를 넣어 끓여주시곤 했는데, 라면 맛이 나지는 않았다.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전과나 문제지 등을 사본 적이 없다. 매달 학교로 배달되는 '이달의 학습지'를 구독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으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학원도 가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나는 보육원에 갔더라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특히 자녀가 실종 상태에 있는 부모의 마음은 한없이 무너진다. 설날에 떡국 한 그릇 챙겨주고 싶지만, 생사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의 외동딸 희영 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94년 4월 전라북도 남원의 외갓집 근처 놀이터에서 실종됐다. 그는 거의 30여년간 딸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아직도 소식을 모른다.의 발췌 내용.▲ 실종됐던 날인 4월 27일, 생일인 3월 7일이다. 내 친구들이 딸을 결혼시킬 때, 손주를 볼 때 가슴이 아프다. 결혼식 청첩장이 오면 어쩔 수 없이 가는데, 실종자 부모한테는 힘든 일이다.▲ 식사 자리에서 친구들이 농담하고 웃고 떠들다 내가 가면 뚝 그친다. 대화가 중단돼서 썰렁한 분위기가 되는 것이다. 집안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다. 희영이 실종된 지 1년 후 아버지 제사 때 막내인 나는 형, 누나들 앞에서 많이 울었다. 그 이후 형제들은 집안 모임에서 내가 있으면 웃지 않았다. 그 후 오랫동안 나는 집안 모임에 가지 않았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들한테도 가족들한테도 불편한 존재가 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날씨가 추운 겨울철이면 혹시 아이가 어디에서 추위에 떠는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그래서 집에 아예 연탄을 안 때고 살았던 사람도 있다. 아이한테 미안해서 옷 하나 못 사 입는 부모도 있다. 인생의 절반은 슬픈 일, 나머지 절반은 기쁜 일인데, 실종자 가족에게는 기쁜 일이 없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웃으면 뭐가 좋다고 웃느냐고 하고, 울면 뭘 잘했다고 우느냐고 한다. 직접 그런 말을 안 들어도 그걸 느낀다. 실제로는 술자리에서 내가 어떤 이야기에 약간 미소를 지었는데, 한 친구가"지금 너도 웃음이 나오느냐"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그를 심하게 나무라기는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바로 신고해야 한다. 골든타임은 3시간이라고 하는데, 실종 사실을 빨리 인식할수록 빨리 찾을 수 있다. 아이가 학교를 마치면 1시간 간격으로 아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고 소통해야 한다. 아이의 사전 지문 등록도 반드시 하기 바란다. 아이한테 교육을 평소에 잘 시켜놔야 한다. 길을 잃었을 때는 일단 움직이지 말고 멈춰야 한다.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아들은 명절 때는 가족의 품을 더욱 그리워한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들이하는 또래들을 보면 한없이 부럽다.고아원에서 성장한 조윤환 대표는 평범한 가정이 그리워서 일찌감치 결혼해서는 2남 2녀의 자녀를 뒀다.▲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들과 매칭돼 부모-자식 관계처럼 보육원 밖으로 나들이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은 이때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처럼 사랑을 받게 된다. 나는 어떤 교회 장로분의 집에 초대돼 갔었는데, 그 집에 사는 누나도 나를 이뻐했고, 남자 동생도 나를 잘 따랐다. 아이들은 그런 프로그램을 마치고 보육원으로 돌아오면 밤에 눈물을 흘린다. 짧은 하루를 보냈지만, 그 집이 너무 그립고,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친누나가 생각나서 더욱 서러웠다. 그러나 이런 후원은 지속되지 않고 1∼2회로 그친다.▲ 보육원 원장이 이런 접촉을 원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보육원 내부의 실상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장은 좋아하지 않는다. 고아들이 보육원 실상에 관해 이야기하면 후원자들은 충격을 받고 울기도 한다. 실태를 알아도 도와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단체로 수영장이나 스키장에 가거나 놀이공원에 초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행사가 있으면 그 행사 전 며칠간은 보육원 형들도 후배들을 구타하지 않는다. 본인들도 기분이 들떠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로서는 형들한테 구타당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얻어먹을 수 있으니 그런 행사가 기다려진다.▲ 그런 적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중학교 때 소풍날에는 보육원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때가 한참 농번기여서 원장님 소유 논밭에서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시 원장님이 보유하고 있던 땅이 50마지기는 됐다.▲ 운동회날은 김밥이 아닌 일반 도시락을 싸서 갔다. 보육원 원장이나 보육교사가 운동회에 오지 않았지만, 친구들한테 많이 얻어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날은 풍족한 날이어서 친구들이 김밥을 많이 남기기 때문이다. 친구들한테 과자나 음료수도 얻어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김용균재단의 김미숙 이사장이 그런 사람이다. 그의 외동아들 김용균은 2018년 12월11일 새벽 충남 태안의 서부발전 컨베이어벨트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심야에 홀로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치여 사망한 것이다. 당시 김용균의 나이는 24세였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미숙은 하나뿐인 자식이 죽었다는 현실에 남편과 함께 영안실 복도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울었다고 한다.-- 아들 용균이가 보고 싶을 때는 언제인가. ▲ 명절 때나 생일 때 특히 더 보고 싶다. 잠자기 전에 아들이 꿈에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곤 했다. 실제로 꿈속에 용균이가 나온 적이 몇 번 있었다. 어린 용균이가 강에 있는데, 물살이 세서 내가 용균을 들어 올려 바위에 앉혀놓는 꿈이었다. 비슷한 꿈이 반복됐다.▲ 용균이는 2018년 12월11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인 10일 용균이 밤 근무의 출근 시간 무렵인 오후 5∼6시께 용균이한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오후 7시쯤에 다시 전화했더니 역시 반응이 없었다. 불안해진 나는 오후 9시 40분에 전화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때 암울한 느낌이 왔다. 무슨 사고가 날 것 같은 느낌, 사람이 죽기 전에 온다는 그런 느낌 같은 것이었다. 전화를 기다리다 나도 모르게 잠들고 말았다. 다음 날 오전 6시에 남편이 나한테 뛰어왔다. 남편은 예민한 성격이어서 다른 방에서 자고 있었다. 태안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용균이 맞는지 확인하러 오라는 것이다.▲ 경찰은 전화상으로 용균의 상태에 대해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들이 크게 다쳤거나 의식을 잃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열차와 택시를 갈아타고 태안의료원에 도착해서 응급실로 뛰어갔다. 그곳에 용균이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안실에 가서 인상착의를 말했더니 청년 한명이 들어왔다고 했다. 영안실 직원이 서랍장을 열었고, 석탄 분진으로 얼굴이 까만 청년의 얼굴이 나왔다. 머리카락과 피부를 만져봤는데, 용균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한 탓에 아들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태안경찰서로 가서 아들인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부모가 자식도 몰라보느냐면서 경찰이 언성을 높였다. 우리 부부는 다시 태안의료원으로 갔다. 서랍장 속 청년의 눈썹을 보고 피부, 머리카락을 만져보니 더 이상 아들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용균의 손이나 몸을 만지려 했는데, 영안실 직원이 제지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목과 머리가 분리됐고, 부모가 그 모습을 보면 살아가기 힘드니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영안실 직원들은 우리 부부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때까지 아들이 죽었다는 것에 현실감이 없었는데, 영안실 밖으로 쫓겨나면서 현실임을 깨달았다. 우리 부부는 복도에서 뒹굴면서 통곡했다. 아들을 다시 보고 싶으니 보여달라고 했으나 그들은 문을 잠가놓고 열어주지 않았다.▲ 산업현장에서 한해에 2천여명이 산재로 죽는다. 이 정도면 전쟁이 일어난 것 같은 참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한국의 산재 사망률이 가장 높다. 건설 현장에서 그물망, 방지막 등을 제대로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제대로 하지 않는다. 시멘트 규합도 규정대로 하지 않는다.▲ 용균이 일했던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청인 서부발전은 한국발전기술과 계약하면서 노임으로 월 550만원을 책정했다. 그런데 비정규직 용균이가 받은 월급은 220만원이었다. 한국발전기술은 사업을 수주하면서 노임 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계약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안전에 대해 투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점검 업무의 경우 2인 1조로 해야 하는 게 규정인데, 회사는 지키지 않았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헤드 랜턴도 지급하지 않아 휴대전화 플래시로 비추면서 일을 해야 했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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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실종아동 고아 명절 가족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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