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 예술계 고등학교 여학생 세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서에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고민이 크다'라고 남겼습니다. OECD 30개국 중 청소년 삶 만족도 26위인 한국. 이는 단지 세 명의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라, 교육 문제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경고입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2024 아...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 전 부산 예술계 고등학교 여학생 세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서에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고민이 크다'라고 남겼습니다. OECD 30개국 중 청소년 삶 만족도 26위인 한국.
이는 단지 세 명의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라, 교육 문제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경고입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2024 아동분야 주요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5세 아동 중 26.1%가 '높은 삶의 만족도를 느낀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OECD 평균보다 7.7% 포인트 낮은 수치입니다. 반면 '낮은 삶의 만족도를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22.3%로, OECD 평균보다 4.4% 포인트 높습니다.AD "시험을 잘 봐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지도 않아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기말고사를 앞둔 중학교 3학년 아들의 말입니다. 단지 '공부하기 힘들다, 하기 싫다'라는 게 아닙니다.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청소년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청소년이"왜 공부를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되뇌고 있을지 모릅니다. 큰 애가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 참석한 학원 입시설명회에서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비참함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입시학원에서는 유리한 대학 진학을 위해 중학교 3학년 때 진로를 정해, 그에 맞춰 생기부를 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최소한 문/이과라도 빨리 정하고, 이과라면 수학, 과학 등의 선행이 선제적 생기부 준비, 좋은 내신을 받을 수 있는 열쇠라고 말합니다.딸아이는 학교와 학원에서의 지속적인 진로 선택 압박에 힘들어했습니다. 게다가 '대학에 꼭 가야 해요?'라며 스스로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사실이 더 괴롭다고 했습니다. 진심 없는 선택, 차악에서 비롯된 진로 결정은 딸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많은 청소년이 겪는 현실입니다.현재 큰 애와 둘째가 2살 차이지만 적용받는 입시 제도는 판이합니다. 부모는 입시 제도 변화를 따라잡느라 고군분투하는 시대입니다. 재수 등 불확실하고 불안한 자녀의 미래에 대한 리스크 최소화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일찍부터 세밀한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방송에 나와 본인과 자녀 얼굴, 성적까지 모두 공개하며 유명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고, 입시 전문 유튜브에 출연해 자녀 성적과 생기부를 분석한 후 지원 가능한 최적의 대학을 추천받기도 합니다.딸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후배는 딸의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대학교 때 친구는 오피스텔 월세를 얻어 주소지를 옮긴 후, 딸을 목동의 한 중학교에 입학시켰습니다. 한 선배는 초등학생 아들의 의대 입시 준비를 위해 경기도에서 강남 학원까지 라이딩을 하다가 최근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군은 '주거의 선택'이 아니라 '미래를 담보로 한 투자'로, 교육은 '평등'이 아니라 '양극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기형적인 입시 구조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입니다.공부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마땅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선언입니다. 딸아이 친구는 명문대를 나온 아빠가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을 수 있어?'라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봤다고 괴로워했습니다. 부모 세대보다 치열한 시대에 태어나 처절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기성세대와 동일한 길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현대 독일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말입니다. 독일의 청소년들은 모국어, 수학, 영어 등 교과 학원에 다니지 않습니다. 성적이 부진하여 졸업시험의 불합격을 우려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처럼 사교육을 많이 받지 않습니다. 대신 주중 방과 후 축구, 태권도 등의 스포츠 활동, 피아노, 합창, 그림 그리기 등의 여가활동에 참여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청소년 때부터 학교 교육의 3~9년을 한 교사가 연속으로 담임교사나 교과전담 교사를 역임할 수 있는 교육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담임교사가 마치 부모처럼 모든 것을 책임지고 교육하기 때문에 학생의 진로 선택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입시제도, 새 시대를 맞아 안정화해 입시 불안 조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삶을 이해하는 교육, 차이와 차별이 난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요. 특히, 공부가 다가 아닌 시대라는 점을 인지하고 성적 중심, 학벌 중심의 사회 분위기도 서서히 바뀌어야 합니다. 더불어 학업만큼 중요한 정서 교육도 확대해야 아이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감정 표현을 연습하면서 관계 맺기를 통해 학창 시절 동안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미래에 대해 별 의욕이 없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의 말입니다. 나름 치열하게 살면서 힘겹게 자리를 잡은 건데, 아이들 처지에서는 아빠의 삶이 그나마 적당해 보이나 봅니다. 부모는 자식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랍니다. 하지만, '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꿈'이나 '희망' 대신 적당히 '버텨야 할 현실'만 남은 것 같아 씁쓸합니다. 어쩌면 이들의 선택지는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살아야지'라는 체념일지도 모릅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중3 아들의 의욕 상실보다 더욱더 괴로운 일은 부모 입장에서 명확한 답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공부, 좋은 대학, 대기업 취직 등이 삶의 동기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요.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38개국 중 33위로 하위권입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만족도가 낮은 대한민국입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가면서 삶에 대한 만족도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고2 딸의 '귀농' 선언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삶에 대한 답변이 아닐까요.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해야 할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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