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장기인 '코믹'의 비결을 묻자, 그는 어떤 답을 전했을까요.\r유해진 영화 달짝지근해
십여 개의 알람 시계로 하루를 시작한다.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솔로 닦고서야 옷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8시 정각. 녹색 프라이드 승용차 몰고 드라이브인 햄버거집 통과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메뉴 주문하는 그에게 점원이 친근한 인사를 건네지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른다. 점심시간에도 개발할 과자 먹으며 혼자 일하다가 오후 6시 칼퇴근한다. 집-회사만 오가며 과자만 먹다가 영양실조에 걸린 제과회사 연구원 치호다.
길 가다 시비가 붙어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째려봐도 하나도 안 무섭다. 가진 거라곤 가끔 찾아와 도박 자금 뜯어가는 양아치 형뿐. 그런 그가 형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려 만난 대출상담원 일영과 사랑에 빠지면서 알람도, 규칙적 생활도 깨진다. 영화 데뷔 25년, 61개 작품 속 로맨스의 주인공은 처음 기억상실증에 걸린 킬러는 연기한 영화 '럭키' [사진 쇼박스]‘베테랑’의 야비한 최상무, ‘공조’ 속 생계형 형사 강진태, ‘택시운전사’의 광주 택시기사 황태술, ‘1987’의 교도관 한병용, ‘말모이’에서 한글 익히면서 민족의식에 눈떠 가는 김판수, ‘봉오동 전투’의 독립군 황해철까지.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부터 때론 진중하고 때론 살벌한 역할까지 오갔지만 그에게서 떼어 놓을 수 없는 건 웃음이었다.
눈빛 하나로 바보에서 악당으로 변신할 수 있는 그의 장기를 발휘한 첫 단독 주연작 ‘럭키’에서는 대중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기억을 잃은 전설의 킬러로 웃음폭탄을 던지며 697만 관객몰이를 했다.‘사람’ 연기뿐만 아니다."나 초랭이, 더러운 인간으로 사느니 아름다운 개로 죽겠다!"라는 '전우치' 속 시원한 대사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앞서 유혹에 빠져 주인을 배신하지만 결국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모습으로 남은 ‘개 인간’이었다. 발로 목을 긁거나 털을 터느라 온몸을 떠는 개 특유의 행동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당시 “출연을 결정한 뒤 길 가다가도 개들의 특징을 살피고 연구하다 보니 지나가는 개들이 남 같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SF영화 ‘승리호’에서는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로 모션 캡처 연기를 했다. 재활용 센터에서 장선장이 업어와서 이름도 업동이인 이 로봇은 인간이 아니어서 우주선의 궂은일을 도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