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름 딴 장학금 만든 부모... 우리가 서로를 추모하는 법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 고 김혜빈 양의 가족과 친구의 인터뷰를 읽었다. 한국의 정서상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가족분들의 의미 있는 결정에 마음에 울림이 일었다. 뉴욕 인근의 섬에 살다 보니 가까운 곳에 걷기 좋은 보드워크가 깔린 해변들이 있다. 걷다가 뛰다가 잠시 쉬어가는 벤치에는 어김없이 작은 패가 박혀있다. 먼저 하늘로 간 가족을 기리는 마음으로 벤치를 기증하며 붙인 기념패이다.
어떤 일을 당했는지 보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동안 어떤 존재였고, 어떤 기쁨을 주었고, 어떤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 되뇌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벤치에서 그 기억과 이름을 나누는 문화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장례 이후, 가족과 몇몇 기증자들이 학교에 작은 쉼터를 만들었다. 나무를 심고, 필드 방향으로 벤치를 만들고, 꽃을 심어 정원을 조성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잇는 사잇 길 곁,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학교 야구 필드와도 가까운 곳이다. 사고가 있었던 201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시즌 첫 학교별 친선 야구 경기에는 가족중 한 사람이 시구를 하도록 초청 받고 있다. 가족은 13살 소년의 이름을 딴 소액의 장학금 만들어 매년 학교로 전해온다. 소액의 장학금이라 하니 생각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아이가 중학생이었을 때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체인이 벗겨져 길가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근처 집에서 누군가 나오더니 자전거를 고쳐주었다. 같이 찾아가 감사 인사와 선물을 드렸는데, 아들 이야기를 꺼내셨다. 고등학생이었던 아드님을 자전거 사고로 먼저 하늘로 보내셨단다. 그 이후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아이들만 보면 한참을 보고 있게 된다고 하셨다. 한 동네이니 우리 학교 학생이었을 테다.
'더불어 살아 간다는 것' 즉 사회적 연대의 힘도 종종 배운다. 미국인들에게 커다란 상흔을 남긴 911 테러. 그 역시 잊으려거나 저 멀리 어딘가에 추모 단지를 조성하지 않고, 무너진 빌딩이 서 있던 그 자리, 맨해튼의 번잡한 거리위에 추모 공원을 세웠다. 당시 현장으로 달려갔다가 희생된 소방관들이 많았다. 때문에 뉴욕 인근의 소방서에는 그분들의 추모 동상이 세워진 곳이 꽤 많고 우리 동네에도 세 곳이 있다. 지난 9월 21일, 고등학교 마칭 밴드 학생들이 탄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다 굴러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미국은 마칭 밴드가 학교와 지역의 주요 행사를 도맡아 하기에, 자부심이 큰 중요한 학생 활동이다. 선생님 한 분과 발렌티어 한 분이 돌아가시고, 십수 명의 학생들이 다치는 큰 사고였다. 지역 언론은 물론 CNN이나 abc 같은 주류 언론에서도 비중있게 다루고, 뉴욕 주지사도 연일 성명을 내놓았다. 그런데 연휴 동안 매일 학교로부터 공지 알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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