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시골길을 달려서 만났던 안동 헌책방 '책마을'
묵직한 무게의 박스가 거실 바닥에 놓이자 동생들과 신이 나서 앞다퉈 박스를 열었다. 전집이 가득 들어있는 책 박스를 여는 순간, 새 책 특유의 냄새가 금세 코 끝에 와닿았다. 내가 제일 먼저 들쳐볼 수 있는 새 책의 빳빳한 첫 장을 넘길 때의 기분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생생하다.까마득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어서인지 새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새 책 만큼 좋아하는 건 헌책이다. 헌책은 또 헌책만의 매력이 있지. 그래서 헌책방에 가는 일도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어느 작가님은 헌책방에서 자신의 책을 발견하면 그 책을 산다고 했다. 자신의 책이 헌책방에 있는 게 싫어서라고 했다. 그렇게 산 책들을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준 뒤 더 이상 나눠줄 사람이 없게 되자, 그는 책을 손수 불태워버렸다.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던 건 아니었지만, 귀한 책이 그렇게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책들이 어떤 이유로 헌책방에 놓여 있든, 헌책방을 찾는 손님의 입장에서 책방에 들어설 때의 기분은 마치 보물찾기를 시작할 때 같기도 하다.골목골목은 물론, 책방마다 천장 끝까지 가득 가득 쌓여 있는 책들의 풍경에 먼저 입이 벌어졌고, 그 속을 누비다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을 때의 기분은 더없이 좋았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헌책방의 책들은 왠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3~4년 전쯤이던가. 안동의 시골 어딘가에 헌책방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접하게 됐다. 그 사실 하나만 알고 있다가 어느 날 주소만 찾아 들고 여행가듯 훌쩍 책방으로 향했다.
학교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야말로 헌책이 가득했다. 각 교실은 물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한 쪽 편도 책으로 채워져 있었다. 서가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도 많았고, 바닥에 투박하게 쌓여 있는 책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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