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독서만세 224] 김연수
몇 년 전 제주도 남쪽의 섬, 가파도에 간 일이 있다.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와 제주도 사이에 솟은 가오리 모양의 작은 땅, 이제는 철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자전거를 타고 땅콩막걸리를 마시며 백패킹을 하는 관광지가 된 섬이다.
김연수, 1970년생 작가로 이제는 한국 문단의 중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같은 작품이 널리 읽히며 소설 깨나 읽은 독자들에게 그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복 받은 작가다. 섬세하고 온유하며 감각적인 이야기는 위로며 공감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 독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다채로운 감각을 일깨우고 일면 환상적인 구석도 비치는 특징에 누군가는 그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닮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단편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은 아내를 잃고 난 뒤 새로운 인식에 눈 뜬 유명 코미디언을 어느 연구소 연구원이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일상 가운데 마치 공황장애를 연상케 하는 충격을 받은 코미디언, 그러나 그는 그로부터 현실을 넘어서는 초월적 지각을 경험케 된다. 물이 수소와 원자로, 또 그 입자 대부분이 실은 빈 공간일 뿐임을 지각한 뒤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게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통상의 인식으론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에서 조지 오웰이 광부들의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을 제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거, 기억납니까? 그 세계는 우리가 디디고 선 이 땅의 아래에 있습니다. 지상의 사람들은 몰라도 되는 세계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세계는 아닙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광부들의 세계는 존재합니다. 조지 오웰에게 소설가란 이 두 세계 사이를 넘나드는 존재입니다. 비유하자면 소설가는 마르고 젖은 존재인 셈이죠. 소설가는 몰라도 되는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그 세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113p 인지하는 순간 전에 없던 지평이 열리고 세계가 생긴다. 그 세계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사람들의 삶이 그곳에 있다. 오웰은 독자 앞에서 광부들이 사는 세계를 열어 빛을 비추었다. 그를 읽은 이들은 광부들이 제가 딛고 선 땅의 아래에 있음을 알게 된다. 세계는 비로소 전과 같지 않아진다. 조금 더 온전해진다.
여학생과 제 아들은 전혀 접점이 없는 사이인데, 무슨 일인지 아들을 수목장한 나무 아래 여학생이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두고 갔다는 것이다. 편지엔 그 학생이 제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한 장 사진이 간절했던 엄마는 어렵게 그 학생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돌아온 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학생이 보내온 사진엔 아들이 없는 것이다. 여학생은 까맣게 보이는 부분 안에 아들이 들어 있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도통 무슨 말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 따로 만나주지도 않는 학생 탓에 엄마는 이 작가에게 그녀를 대신 만나 자초지종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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