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으로 쓰러진 변호사 '내가 이렇게 되고 보니...' 기타 뇌졸중 배움 김승재 기자
시력을 잃고 만난 세상에서는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참으로 많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나 도구들도 배우고 익혀야 했지만, 그동안 보이기에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도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 했다. 그래야만 눈 역할을 대신할 새로운 가상의 눈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테니까.그리고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도 그래야 했고, 비장애인들과 같이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도 그래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애인으로서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서 나 자신이 놀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보람을 찾을 수 있기 위해서도 그래야 했다.
지금도 나와 그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웃고 노래하며 기타를 함께 치고 있다. 계속해서 코드나 연주법을 까먹고 다시 외우고 익히기를 반복하지만, '문 리버'나 '로망스'를 연주할 수 있고, 아내나 친구들 앞에서 어설픈 반주로 가요나 팝송을 부르고 웃고 떠들 수도 있다.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모두는 필요한 것이요, 그 자체로도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하찮은 돌멩이 하나, 작고 작은 벌레 한 마리라도 말이다. 그런데 지난날 내 삶과 밀접한 것들을 감히 하잘것없이 사소하다느니, 하찮고 미미한 것이라느니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떠들었다는 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것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해당하는 일이다. 그리고 하잘것없이 사소하거나, 하찮게 작은 것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세타령도, 나이 탓도 예외를 주지 못한다. 울화통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진다 한들, 장애인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된 이상 다시 배우고 익히고 사귀고 따라야 한다. 싫다고 게을리하거나 무시한다면 오로지 내 손해일 뿐이고, 나만 더욱 힘들어질 테니까. 그리고 사람도 사귀어야 한다. 기존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야 한다. 동창회도 나가지만 난 얼굴도 모르는 분들과 즐겁게 지내고 과분하게 회장직도 맡았다. 조용필이 노래했듯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은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의 기본 중 기본이니까. 정말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친구나 지인 중에는, 본인이나 가족이 암과 같은 중병에 걸리거나, 장애를 얻을 만큼 큰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생각났다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날 만나면 예외 없이 이런 말을 한다.동병상련. 이보다 좋은 공감이 있을까. 혹자는 아쉬우니까 연락했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절친'이라면, 함께 웃고 울었고, 싸우며 사귀었던, 그래서 즐거움도 아픔도 같이했던, 얽히고설킨 최고의 공감, 바로 우정이란 게 있어서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여전히 그 느낌 그대로다. 동병상련도 마찬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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