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그 중심에 가다_국내편⑤] 농촌의 에너지 전환은 정의롭게 이뤄져야 한다
요즘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연구하며 고심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건네자 지인이 묻는다. 그러게. 에너지와 식량을 동시에 얻어 일거양득, 일석이조라는 영농형 태양광은 왜 8년이 넘도록 확산되지 못하고 있을까?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나 또한 그랬다. 영농형 태양광이 경제성을 갖기 어려운 몇 가지 장애요인만 제도적, 정책적으로 해결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영농형 태양광의 무대인 농촌사회로 한걸음씩 걸어 들어갈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한국의 농촌사회는 기후위기, 식량위기, 지역 소멸위기라는 굵직한 문제가 얽혀 있는 공간이다. 기후위기로 재해는 갈수록 빈번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 한 해 한 해 경작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시에 농지는 계속 줄어들고, 인구 고령화, 인구 부족이라는 문제 또한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자기 논밭에서 스스로 농사를 짓는 자경농의 비율은 점점 줄어, 임차농민의 비율이 50%에 이른다. 임차농의 입장에서도 태양광으로 농지를 덮는 것보다 농사를 유지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닌가 하지만, 영농형 태양광 설비는 영농 활동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부지 임대료를 높이는 위협요인이다. 경관 피해라는 고충에 대해서도 도시민의 관점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피해가 갖춰야 할 구체성, 손해 등의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고 하나,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상실의 역사라는 문화적, 맥락적 관점을 따져보면, 내 고향 산촌에 어느 날 들어선 태양광은 공간 수탈의 치욕을 매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격거리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정을 두루 살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농촌에서 생산된 에너지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사용하게 되는데, 이 문제를 피하지 않고 대화해나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도시의 공간에서도 치열하게 에너지 전환을 해내야 한다.
McCauley에 의하면 에너지 정의는 분배적 정의, 절차적 정의, 인정적 정의로 구분한다. 분배적 정의는 비용, 환경오염, 에너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즉 에너지로 인한 편익과 유해가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적 정의는 모든 집단이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그 결정이 포용적이고 비차별적이어야 한다는 측면이고, 인정적 정의는 의사결정 시 사회적, 문화적, 민족적, 인종적, 성별에 따른 차이에 뿌리를 둔 다양한 관점을 인식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에 관해 논의할 때 에너지 전환뿐 아니라 정의의 실현을 함께 고민해야 기후위기에 내재한 부조리의 뿌리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활발하다고 알려진 곳이 일본이다. 농림수산성이 발간한 2023년판 '영농형 태양광 가이드북'에 따르면, 일본은 영농형 태양광을 하려고 농지 일시 전용허가를 받은 건수가 4349개에 이르고, 누적 면적은 1007.4ha이다. 대략 계산했을 때 435.35 MW 규모이다. 밑에서 경작하는 하부작물은 다양하나, 쌀, 보리 등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 곡물의 경우 생산량 감소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삶] '너무아파 생리휴가 하루 갔더니, 사흘치 임금 그냥 빼버리네요'[※ 편집자 주=김달성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의 인터뷰 기사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지난달 23일 [삶] 이주여성노동자들, 샤워...
Read more »
“거부권을 행사하십시오” “아니되옵니다”…나라 두 쪽 가른 노란봉투법 [뉴스 쉽게보기]지난 9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노란봉투법은 최근 국회에서 의견이 가장 팽팽하게 갈렸던 법안 중 하나였어요.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노란봉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정부와 뜻을 같이하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반대했죠. 그런데 현재 국민의힘보다 의석수가 더 많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법안을 단독으
Read more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극우파의 ‘슬픈 정념’이 몰려온다지금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극우파 정치의 바람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새로운 삶의 질서가 태...
Read more »
[올앳부동산] “집 아래 GTX-A에 C까지?… 주민들 두 번 죽이는 것”※투기와 투자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집값이 오르긴 오른 걸까. 우리가 살게될 집은 어떤...
Read more »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노란봉투법 ‘생애사’이번 21대 국회 들어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통과시켰다(이전에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랫동안 ‘잠자던’ 노란봉투법은 어떻게 깨어나 국회를 통과했나. 그 과정에서 법의 방점은 어디로 이동했나. 그리고 어디에서 왜, 막혔나. 노란봉투법의 ‘생애사’를 들여다보면, 정치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날것으로 드러난다.■ ‘노란봉투법’의 탄생노란봉투법은 같은 이름의 캠페인에서 시작한 법이다.
Read more »
北도 NLL 인정했는데, 왜 9·19 군사합의는 파기로 치닫나[문지방]남북 9·19 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장정파 하마스도 변칙 도발로 이스라엘을 농락했는데, 남한의 두 배가 넘는 정규군(128만 명)을 갖춘 북한이 세계 6위 수준의 군사력을 대남 공격에 투입할 경우 훨씬 위협적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