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사회, 일제히 분노 “본질은 보복, 노조법 개정이 왜 필요한지 몸소 보여줘”
남소연 기자 nsy@vop.co.kr시민단체 ‘손잡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민병덕, 조국혁신당 서왕진, 진보당 윤종오, 사회민주당 한창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를 향해 손배소 전면 취하를 촉구했다. ⓒ진보당노동부와 대법원이 잇따라 확인한 불법파견을 시정하지 않은 현대자동차에 맞서 투쟁한 노동자에게 현대차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노동자가 숨진 뒤에도 ‘어머니가 대신 갚으라’며 75세 노모에게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현대차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거센 지탄을 받고 나서야, 고인의 모친에 대한 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손잡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민병덕, 조국혁신당 서왕진, 진보당 윤종오, 사회민주당 한창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의 손배소송 전면 취하를 촉구하며, 이 같은 행태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망인은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맞서 12년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끝에 2022년 10월 27일 대법원 승소로 정규직이 되었다”며 “현대차의 불법파견으로 인한 피해를 최종 확인받았지만, 정규직이 된 후에도 망인을 대상으로 한 손배소는 계속됐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소송 당사자가 사망하자, 그의 하나 남은 유가족에게 현대차는 손배소송을 이어가겠다고 ‘소송수계신청’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발단은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있었다. 손잡고 등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2004년 노동부의 근로감독에서 현대차 전 공장에서 불법파견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불기소 처리했다. 이에 노동자들이 법원에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 나섰고, 2010년과 2012년 대법원에서 소송의 대상이 된 공정과 전 공정에서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검찰도, 노동부도 현대차의 불법을 바로잡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대차는 당사자인 노동조합과의 교섭도 거부한 채 모르쇠했고, 노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그러자 현대차는 불법파견에 끝까지 저항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손배 청구에 나섰다는 게 손잡고의 지적이다. 손잡고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노사 특별채용 합의에 이르기까지 울산공장에만 17건, 23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됐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현대차 노동자 송 모 씨도 13년의 지난한 법정 싸움 끝에 정규직이 됐지만, 현대차는 손배소송을 취하하지 않았고 송 씨가 숨지자 노모에게 그 책임을 대신 묻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의원들은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손해배상이라는 탈을 썼지만, 본질은 보복이다. ‘우리에게 맞서면 죽어서도 책임져라’는 협박”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왜 필요한지 현대차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 죽음, 이 모욕 결코 잊지 않겠다. 현대차가 책임질 때까지 민주당 을지로위가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도 “이것은 단순한 소송이 아니다. 경제적 폭력이자 노동 탄압의 진화된 얼굴이다. 과거의 물리적 탄압 대신 이제는 손해배상으로 노동자의 삶을 옥죄고 있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새 정부는 ‘사회대개혁’을 약속한 만큼 노란봉투법 입법을 서두르자”고 말했다.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로 일했던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는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에게 수억원의 소송 부담까지 지우는 일이 과연 인간적으로 가능한가”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기업의 온정에 기대서가 아니라,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그렇기에 국회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반드시 이번 회기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로부터 손배소송을 당한 또 다른 당사자인 최병승 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노조법 2·3조 개정 통과를 호소했다. 최 씨는 “현대차는 불법파견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교섭 요구를 회피하며, 폭력을 동원했다”며 “그래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회사와 다르게 법률이 정한 조정절차를 밟았지만, 원청인 현대차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법파업이 되었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합리함을 요구할 수 있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고,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마저 법률로 탄압할 수 있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현대차와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개인별 손배소로 또 다른 사법살인이 반복되지 않게 노조법 2·3조 개정이 담긴 노란봉투법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현대차를 향해 “2010년, 2012년 노동자들의 파업권 행사는 현대차의 불법파견이 원인임을 인정하고, 20년 동안 반복한 불법파견에 대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기업의 불법행위 앞에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권을 행사할 수 없고, 쟁의행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개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죽어서도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현대차 사건이 보여주는 한국 노동권의 현주소”라며 “이재명 정부에서 노란봉투법 입법에 즉각 응답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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