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놓아버린 손... 나를 조금만 더 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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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놓아버린 손... 나를 조금만 더 잡아주세요 망막색소변성증 손길 도움 김승재 기자

오늘은 고개를 갸웃거릴 분들이 조금 있을 것 같다. 내가 딱 한 번씩만 겪은, 약간은 극단적인 경험, 내겐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지만, 어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모를 네 가지 이야기를 하려 한다.뒤에서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난 내 발밑에 점자 블록이 없음을 깨달았다."예, 그렇군요. 근데 저기가 어딘가요? 점자 블록을 못 찾겠네요.""죄송한데요, 저기라고 하면 제가 잘 몰라서요. 점자 블록이 어디에 있죠?"이리로란 말 역시 내겐 아무 의미가 없다. 이리로든 저리로든, 거기로든 그리로든 손가락이나 뭔가가 가리키는 방향을 의미하는 그런 말은 내겐 진짜 아무 의미가 없다."에그, 답답하긴... 어디까지 가슈?"서너 살부터 대여섯 살 정도의 아이들이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노는 어린이집 앞을 지날 때였다. 나는 아이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하얀 지팡이를 더듬어 점자 블록을 따라갔다.

몇 해 전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조금 난폭한 차에 놀라 방향 감각을 잃은 적이 있었다. 내가 사는 100동을 향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잘못 길을 들어섰는지 좀 엉뚱한 곳으로 갔다. 그래봤자 같은 아파트 단지 내이니까 난 별걱정 없이 바로 옆을 지나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하얀 지팡이를 들어 보이며 나름대로 부담 없이 답을 할 수 있도록 나는 한껏 미소까지 지었다. 어색하고 마지못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예. 근데 저쪽이 어딘지 제가 알 수가 없네요. 괜찮다면 제 손으로 그쪽을 좀 가리켜 주시겠어요?"천천히 내게 다가온 그 분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내 소매를 잡아 어느 방향을 살짝 가리키고는 서둘러 손을 놓아 버렸다. 난 지금도 그 젊은 여자분이 내가 더럽거나 너무 혐오스럽거나 불쾌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때는 순간적으로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하지만 난 그분들께 인사를 할 수 없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난 그분들을 만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만났을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두 분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도서관 직원들일 수도 있고, 그곳을 뛰놀던 아이의 어머니들일 수도 있다. 하여튼 그 두 분은 지금 내 기억 속에서 거의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간직돼 있고 가끔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모두 날 도우려 했던 분들 이야기다. 그런데 두 이야기는 지금도 날 미소 짓게 만들지만, 두 이야기는 여전히 씁쓸하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 아둔한 머리로는 딱 한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손길, 말 다음에 이어진 그 따뜻한 손길, 그것의 차이가 아니었을까?남에게 도움을 주려고 할 때 말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뜻한 말에 이어진 따뜻한 손길은 생각보다 대단한 힘을 보여준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요청한 대로 손길을 내밀어준다면 내가 느꼈던 이 기쁨을 느낄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다. #망막색소변성증 #손길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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