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용기 있는 고백록 을 읽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 통과시켜야
초음파 화면을 보던 의사가 말했다. 나는 임신 14주 차 정기검진을 받던 중이었다. 어리둥절한 내게 의사는 머리둘레와 몸길이를 설명하며 중절 수술을 권했다."아마 몇 주 동안은 임신 상태가 이어질 거예요. 그동안 아기집이 커지면서 점점 배꼽 위로 올라올 텐데, 산모에게 너무 위험해요. 하루라도 빨리 손을 쓰셔야 해요. 나중에 더 힘들어져요.""뱃속에서 태아가 죽거나 태아가 사라진 계류유산은 수술할 수 있지만 저희 병원에서 '그 수술'은 안 해요. 다른 곳에 가셔야 해요."10년 전, 임신중단 수술을 받았을 때의 일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자궁 속 태아가"잘못" 되었다. 위험한 데 '그 수술'은 못 한다니.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여성과 의사와 간호사가 내가 겪은 일과 같은 일을 경험하고 목격했을 텐데 왜 세상엔 이런 이야기가 없을까. 당연하지. 불법을 저질렀으니까. 답답하고 불쾌했던 이 일은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일치' 판결을 받은 후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그리고 곧이어 이 일을 다시 바라보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라는 책을 읽은 것이다. 은 202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의 작품으로, 작가가 임신 중단을 결심하고 병원을 찾아 수술받기까지, 1963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넉 달 동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작가는 이 책을 35년이 지난 1999년에야 쓸 수 있었는데, 1975년까지 프랑스에서는 임신 중단 수술이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죄 헌법불일치 판결이 난 그해 10월, 그러니까 작가가 책을 쓴 지 20년 만에야 겨우 번역 출간되었으니 책에 대한 두 나라의 사회적 맥락은 같다.
그는 수술을 경험한 여성을 직접 만나"자궁 경부에 탐침관을 집어넣고, 유산이 되기만을 기다"리던 중 패혈증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도 똑같은 시술을 받으며"내내 울었다. 계속 아팠고, 배 속에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고 기록했다.그가 왜 아팠고, 어떻게 아팠고, 얼마나 아팠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가 겪은 고통은 바로 내가 겪은 것과 같았다. 다른 점은, 나는 약물을 사용한 덕에 10시간 만에 마취한 상태로 수술할 수 있었고, 그는 닷새 동안이나 탐침관을 넣은 채 생활하다 마지막 날"고통 속에서 헐떡거리"다가 빠져 나온 태아의 탯줄을 스스로 자르고"변기 물을 내"려야 했다는 점이었다. "다른 이들은 결코 가려고 하지 않는 곳까지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자긍심처럼 생각되었다. 이런 감정의 무언가가 나로 하여금 이 이야기를 쓰게끔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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