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새 공식…‘마이너스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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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공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워진 공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채워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이...

주어진 공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워진 공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채워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이들이다.마이너스 옵션이란 건설사가 바닥재와 벽, 조명과 빌트인 가구 등을 설치하지 않고 골조 공사와 설비·전기 등 최소한의 구조만 마무리해 분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해당 옵션을 선택한 입주자는 통상 분양가에서 2000만~3000만원 정도 할인받을 수 있고 맞춤형 인테리어 진행 시 불필요한 철거 비용이 들지 않아 효율적인 공간 설계가 가능하다.

인테리어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 단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마이너스 옵션제’는 2000년대 후반 분양가 부담을 낮추고 불필요한 시설 철거로 인한 자원 낭비를 줄이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이후 주택법 개정으로 공동주택 분양 시 기본형 옵션과 마이너스 옵션 중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행 초기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됐다. 입주 일정이 길어지고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또한 시공 경험이 부족한 일반인에게 공정 관리를 포함한 인테리어 과정은 큰 부담이었다. “돈은 돈대로 들고 스트레스는 더 받는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다다익선의 옵션이 ‘혜택’에서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변화된 것은 집에 대한 가치가 바뀌면서다. 특히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예산을 조절하며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투영하고자 하는 1인 가구, 신혼부부, 30대 실수요자들의 등장은 마이너스 옵션이 확산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들은 ‘표준화된 공간’보다 ‘맞춤화된 생활’에 가치를 두며 자신이 원하는 요소를 직접 선택한다. 박상민 공간 디자이너는 “인테리어의 중심이 기능에서 취향으로 옮겨간 지 오래”라며 “마이너스 옵션은 단순히 시공을 덜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사용자 중심 설계 철학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견본주택의 회색빛 도장과 몰딩에서 차갑고 폐쇄적인 분위기를 느낀 박고은씨는 마이너스 옵션으로 화이트 톤의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그는 “마이너스 옵션은 ‘맞춤형 조립 PC’ 같다. 원하는 성능에 맞게 사양을 조립하는 것처럼 공간도 내 스타일에 맞게 짤 수 있다”고 했다.마이너스 옵션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데에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셀프 인테리어 성공담이 널리 공유되고 자재에 대한 정보, 시공 노하우, 예산 계획 등 사용자 경험이 축적되면서 비전문가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직장인 박고은씨의 사례도 그중 하나다. 견본주택의 회색빛 도장과 몰딩에서 차갑고 폐쇄적인 분위기를 느낀 박씨는 마이너스 옵션으로 화이트 톤의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공간의 질감을 중요하게 여긴 그는 따뜻한 톤의 도장, 천연 나무 마루, 간접조명 등을 하나하나 골랐다. 박씨는 “마이너스 옵션은 ‘맞춤형 조립 PC’ 같다. 원하는 성능에 맞게 사양을 조립하는 것처럼 공간도 내 스타일에 맞게 짤 수 있다”고 했다.조민정씨 역시 백지상태의 집을 분양받았다. 벽지, 바닥재는 물론 화장실 도기까지 없는 일명 ‘껍데기 집’이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평소 집 한가운데 식사, 취미, 손님맞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꿔왔던 조씨는 팬트리를 과감히 포기하고 다이닝룸을 만들었다. 조씨는 “인테리어도 패션만큼이나 유행을 탄다. 유행보다 우리 가족의 일상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막막했지만 그만큼 주도적으로 공간을 구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억’ 소리 나게 오르는 아파트 가격에 원분양가를 낮춰 취득세나 등록세를 줄이려는 실속형 소비자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경기도의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 예정인 주부 김지희씨는 “꽤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아낄 수 있는 비용이 꽤 됐다”며 “이러한 인테리어 비용은 ‘필요경비’로 인정돼, 과세 기준이 낮아져 추후 양도소득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라이프 많이 본 기사 주요 건설사들도 이러한 흐름을 인지하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항목별 선택지를 두고 보다 세분된 마이너스 옵션으로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더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요 인테리어 플랫폼과 브랜드 업체도 마이너스 옵션 수요자들을 겨냥한 패키지형 인테리어 상품을 출시하고 가구·조명·가전·스마트홈 시스템을 통합 제공하거나 맞춤형 설계와 시공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마이너스 옵션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으로의 주거문화를 바꿀 하나의 신호탄이라는 것. 송현재 인테리어 전문가는 “집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지만 그동안 분양시장에서 소비자는 늘 수동적인 위치였다”며 “마이너스 옵션은 더 많은 가능성을 품게 될 것이다. 결정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주거문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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