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학살 광풍', 무려 1000여명이 죽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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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지만, 다시는 그런 억울한 일이 국가에 의해 자행되지 않도록 대책 사업에 나서겠습니다.' 지난 26일 박정현 부여군수가 6.25 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 등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이 묻힌 유해 매장 추정지 현장을 찾아 나섰다. 박 군수는 이날 와 현장 인터뷰에서 '늦었지만 전쟁 전...

지난 26일 박정현 부여군수가 6.25 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 등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이 묻힌 유해 매장 추정지 현장을 찾아 나섰다. 박 군수는 이날 와 현장 인터뷰에서"늦었지만 전쟁 전후 부여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과 관련해 진상을 알리고 위령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과 백서 발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첫 번째는 군인과 경찰에 의해 자행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이다.

한국전쟁 발발 후 인민군 점령 직전 국군과 경찰의 후퇴 과정에서 국민보도연맹원을 집단 살해한 사건이다. 1949년 12월 27일 오후 2시 반, 이날 대전검찰청 회의실에는 수십 명이 모였다. 좌익전향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충남도 보도연맹 결성식을 위해서다. 충남보도연맹은 고문 권영옥·이영진·송호성, 지도위원장 정재환, 지도위원 윤준영·서광순, 참사 김진권 외 30여 명이 참석했다.앞서 충청 지역 검·경은 1949년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동안 자수 주간으로 정하고 자수를 독려했다. 보도연맹의 활동으로 많은 남로당원들이 탈당했다. 1949년 11월 26일 자 동방신문에는 부여 지역에서 남로당을 탈당한 188명 명의의 탈당 성명서가 게재되기도 했다. 당시 자수 서류에는 '남로당을 탈당하며 그 말살에 적극 협력하고 대한민국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맹서한다'고 돼 있다. 가입자 중에는 좌익활동 경력의 '전향자'도 있었지만,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가입하거나 가입한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았다. 게다가 누구도 보도연맹 가입서가 몇 개월 뒤 살생부가 될 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하자 예비검속이 시작됐다. 1950년 6월 25일 내무부 치안국장은 전국 각 도의 경찰국장에게 '전국 요시찰인 단속 및 전국형무소 경비의 건'이라는 제목의 비상통첩을 전언통신문으로 내려보냈다. 6월 29일에는 '불순분자 구속의 건', 6월 30일에는 '불순분자 구속 처리의 건', 7월 11일에는 '불순분자 검거의 건'이 잇따라 하달됐다. 그런데 당시 요시찰인 또는 불순분자에 보도연맹원을 포함했다.부여의 예비검속은 전쟁 발발 후부터 부여에서 경찰이 철수하기 시작한 7월 14일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비검속된 보도연맹원 등은 부여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됐다. 부여경찰서연혁사에 의하면 '4283년 6월 25일 북한괴집의 불법 남침으로 UN군의 작전상 지시에 의하여 동년 7월 14일 관지를 철수하였던 바…'라고 돼 있다. 부여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돼 있던 사람들은 7월 9일부터 14일까지 보도연맹원들을 처형했다. 특히 경찰은 14일 오후 5시경에는 백마강변으로 끌고가 살해했다. 사살 당일 백마강 기슭까지 트럭 두 대에 분승하여 실려 왔으며, 백마강 현장에는 총을 쏴서 죽이는 사람, 강으로 시신을 던지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서 살아난 이봉규씨는 생전에 주변 사람들에게"사살이 있기 전에 부여경찰서 유치장에는 50명 정도의 구금자가 있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전시 사태가 긴박해지자 구금됐던 사람들을 밤에 몰래 구드래 나루터로 끌고 가 또 살해했다. 시신은 미리 파놓은 웅덩이에 매몰했다. 매몰하지 못한 시신은 강물에 수장시켰다. 또 일부는 대전 쪽으로 실려 갔다. 대전으로 실려 간 사람들은 대전 동구 낭월동에 있는 골령골에서 집단 살해됐다. 당시 부여에서 예비검속으로 희생된 사람은 최소 100여 명으로 추정된다.보도연맹원 학살은 보복 학살을 불렀다. 경찰이 후퇴하자 북한군이 들어왔다. 북한군이 부여에 들어온 시기는 7월 14에서 7월 17일 사이로 추정된다. 각 지역에는 인민위원회, 검찰소, 내무서와 분주소가 설치됐다. 군·면·동 단위의 자위대도 구성됐다. 당시 부여군 검찰소 문서를 보면"부여군청 앞 전매서 자리에 1950. 7. 25. 검찰소가 설치되었고, 7. 27. 사업을 개시했으며, 7. 30.에는 간판을 게시하고 업무를 본격화했다. 인민위원회의 구성이 완료된 시점은 1950. 8. 17.이었다"고 돼 있다. 북한군이 들어서자 보도연맹원 학살현장에서 살아난 사람들과 일부 유가족들은 자신들이 당한 것에 대한 보복 행위에 나섰다. 지방 좌익들이 보도연맹원에 대한 검거와 학살을 주도했던 우익들을 대상으로 보복을 시작했다. 인민위원회가 구성되자 인민재판 등을 통해 살해가 이뤄졌다. 8월 말부터 각 마을의 우익 인사들을 연행해 감금한 뒤 9월 12일께 열린 궐기대회와 인민재판을 통해 처형했다. 희생자들은 주로 국민회, 민족청년단, 대한청년단 등의 임원 등 우익 인사들이었다. 북한군이 후퇴하던 9월 26일부터 9월 28일 사이에도 학살이 일어났다. 사적인 감정이 개입된 보복 학살 성격의 사건도 많았다. 장암면의 한 마을에서는 보도연맹 활동 혐의로 마을 청년들이 집단 희생되자 북한군 점령기에 유가족들이 나서 마을 이장을 경찰에 밀고한 혐의로 살해했다. 해방 이전부터 좌익 계열과 우익 계열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지속된 인근 마을에서도 전쟁을 계기로 갈등이 표면화됐다. 특히 구룡면은 좌·우익 대립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큰 지역 중 하나였다."인천상륙작전 후 전황이 불리해진 인민군이 후퇴하기 전에 남아 있는 우익들을 부여내무서 마당에서 학살했으며, 며칠 후 경찰이 들어왔다." 북한군 점령 시기 지방 좌익 또는 북한군에 의해 희생된 부여 지역 우익 인사들은 최소 2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대전형무소에서 북한군에 의해 희생된 부여 출신 인사들은 83명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가해 주체에 상관없이 희생자와 유족들이 배·보상을 포함한 실효적이고 충분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과 피해자와 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법률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국가에 권고했다. 또 연령대별로 평화·인권 교육에 기초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도 권고했다.1950년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됐다. 하지만 학살은 끝나지 않았다. 이승만 정부는 부역자 색출령을 발동했다. 부역 혐의자들에 대한 검거가 시작됐다. 1950년 11월 15일 내무부 발표에 의하면, 각 시도 경찰국에서 검거한 부역자 수는 5만 5909명에 이른다. 충남은 1만 1993명이 검거됐고 2312명이 석방됐다. 부여경찰서의 경찰은 1950년 10월 5일께 수복해 진주했다. 부여군 내에는 대한청년단 등 치안대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었다. 부여군 치안대장은 부여군 대한청년단 부단장이었던 한아무개씨였다. 당시 부역 혐의자들을 경찰서 유치장에 다 구금할 수 없어 경찰서 뒤 창고와 의용소방대 건물에도 감금했다. 경찰은 구금된 부역 혐의자들을 구타하거나 고문해 죽였다. 또 살아남은 사람들은 구드래 강가에서 총살했다. 전미경 대전산내사건유족회장 는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몇 월에 일어난 일인지 알 수 없지만 1950년 당시 부여경찰서에 구금돼 있다 맞아 죽은 사람들을 실어다 백마강 부근 구덩이에 묻었다는 얘기를 당시 경찰서에 근무했던 관계자한테서 들었다"고 밝혔다. 전 회장이 유해매장추정지로 지목한 백마강 생활체육공원 부근은 여러 정황상 당시 부역 혐의자들이 묻힌 곳으로 보인다.경찰에 의한 공식적인 부역자 검거 외에도 치안대 등의 민간단체에서 '즉결 처분'한 경우도 많았다. 앞의 장암면의 한 마을에서 북한군 점령기에 마을 이장을 살해당하자, 경찰은 북고리 마을과 장하리 마을을 포위하고 성년 남녀들은 모두 체포해 장암지서 밑 굴속에 감금했다. 마을 이장 살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이 일로 조사를 받던 한 마을 주민이 사망했다. 나머지 13명은 재판에 회부되어 군사재판을 받았다.일부는 대전형무소로 이송했다. 하지만 대전형무소로 이송된 사람들도 취조 과정에서 맞아 죽거나 형무소안에서 병들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사형을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역혐의로 살해된 사람의 수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부여군에서만 최소 수백명이 희생됐을 것으로 보인다.박정현 부여군수"아픈 역사지만 마주해야" 진실화해위원회는"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군인과 경찰이 사법절차 없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은 금지돼 있었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경우라도 법률에 따라 필요한 최소 범위에 그쳐야 한다"라며"그런데도 뚜렷한 법적 절차 없이 현지 경찰과 군인, 치안대에게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어"이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 적법절차 원칙 및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부여 지역 희생자들에 대해 국가의 사과와 명예회복 조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위령사업 지원, 지역사 등 역사 기록 정정 및 수록, 시민을 비롯해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부여군도 나섰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최근 와 인터뷰에서"백서 발간을 통해 지역민들에 대한 평화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군수는 또 백마강 생활체육공원 부근 유해매장추정지에 대해서도"매장 여부 및 발굴 가능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로 간 한국전쟁 박찬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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