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리콴유의 '아시아적 가치' 국제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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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은 대부분 국내에서 내국인끼리 벌어진다. 김대중과 싱가포르 수상을 지낸 리콴유가 벌인 국제논쟁이 있었다. 1994년의 일이다.당시 아시아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토착화되지 못한 채 위기에 빠져 있었다. 중국의 1당독재, 일본의 자민

당시 아시아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토착화되지 못한 채 위기에 빠져 있었다. 중국의 1당독재, 일본의 자민당 장기집권, 한국에서는 김영삼이 보수세력과 손을 잡고 집권에 성공했지만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걸었던 유신체제의 유산이 도처에 남아 있어서 민주주의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리콴유의 싱가포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AD 리콴유가 미국의 권위지 1994년 3·4월호에"문화는 숙명이다"라는 주제로 파뤼드 쟈카리아 편집장과 가진 대담기사를 실었다.

리콴유는 이 대담에서 개별 가족의 일에 개입하려는 정부 형태를 가진 서구식 정치제도는 가족 중심적인 동아시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구식 정치제도 즉 민주주의를 배격한 것이다. 김대중이 이 잡지 11·12월호에 반론"아시아의 반민주주의 가치관의 전설 : 문화가 운명인가?"를 쓰면서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아시아적 가치논쟁'으로 불붙었다. 리콴유가 서구의 '이질적' 제도를"적용할 수 없는 사회에 무차별적으로 강요하지 말라."고 주장한 것은 자신의 독재를 포함하여 아시아 각국의 독재정치를 '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합리화하려는 속셈이었다. 리콴유는 인터뷰에서 서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병폐를 지적하면서 아시아 전통문화가 서구현대문명이 초래한 구조적 병폐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서구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공동체 해체 현상과 도덕붕괴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이에 대해 김대중은 한국과 아시아의 전통적인 민주사상의 전통과 뿌리를 설명하면서 민주주의는 결코 서구의 산물만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라고 주장했다. 반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1. 민주주의적 사상 : 근대 민주주의의 기초를 세웠다고 알려진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보다 2천년 앞서 중국의 맹자는"왕이 선정을 하지 않으면 백성은 그를 추방할 권리가 있다"는 역성혁명을 주장했다. 또 부처는"일체의 중생은 모두 평등하다"고 했으며, 한국의 민족종교의 동학은"인간이 곧 하늘이다","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렇듯 아시아에도 서구 못지 않게 심오한 민주주의의 철학과 전통이 있음이 확실하다. 2. 민주적 제도 : 서구사회가 출생성분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봉건제도를 실시하던 시대에 한국과 중국에는 군현제도와 고위 관리들의 자식일지라도 과거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공직에 임명될 수 없는 제도가 1천 년 동안 유지되어 왔다. 또 왕의 실책과 고관의 권력남용을 견제하는 제도와 왕의 잘못을 간하는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제도가 실시되고 있었다. 3. 아시아 민주주의의 현황 :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가장 좋은 증거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의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민주화가 크게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앨빈 토플러에 따르면 1990년의 전세계의 민주화율은 45%인데 반해 아시아에서는 과반수 이상의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의 경제가 농업집약적인 것에서 정보와 기술집약적인 체제로 변하는 것을 볼 때, 아시아에서의 민주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이제 우리는 자국내 뿐만 아니라 저개발국가를 포함한 모든 국가간에도 자유와 번영과 정의를 도모하여, 자연을 존중하고 후세대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추구하는 새로운 지구적 민주주의를 창출해내야 한다. 이러한 지구적 민주주의는"일체 만물에 본성이 있다"고 한 부처의 가르침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오히려 아시아의 전통에서 찾아질 것이다. 이러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은 1948년 유엔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을 완전하게 준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올바른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인권을 개선하는 일이다. 여기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요소는 문화적 전통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지도자들과 변명자들의 저항이다.김대중의 이 논문은 미국의 정치학 교재 에 리콴의 대담과 함께 실려 미국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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