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두고 뫼로 가지 맙시다 '양곡법’ 박도 기자
산골 서생이 현실 정치 문제에 가능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양곡법' 논란은 차마 외면할 수 없고, 후손을 위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두 세기 후 우리의 후손들이 분단된 조국에서 남과 북은 강대국의 노름에, 제 나라 땅에서 나는 양식도 서로 나눠 먹지 못하는 고약한 조상이라고 비판한다면 그때 무슨 말로 변명을 할까? 사실 쌀은 주식으로 내 어릴 적만 해도 쌀이 남아돌아 골치를 썩인다는 얘기는 언감생심이었다.
쌀은 우리 겨레의 주식일 뿐 아니라, 우리네 가정경제 및 관혼상제 등에 재화의 귀중한 단위이기도 했다. 관혼상제나 친목회 등에서는 갹출 비용으로 쌀 한 가마니, 또는 쌀 몇 말로 규약을 정해, 이를 대대로 잇고 있었다. 쌀값은 당대 시세를 반영하는 데 더없이 좋은 품목이었다. 내가 퇴직 후, 귀촌할 때 한 화가의 집을 거저 빌려 지냈다. 하지만 지주는 그 마을의 한 토호였다. 그래서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날 때쯤이면 집과 텃밭의 토지세로 쌀 두 가마니 값을 도지로 셈해 주었는데 첫해는 37만 원을 도지로 갖다주었다. 그 이듬해는 당시 쌀 두 가마 값 시세가 34만 원이었다. 그래서 그 돈을 도지로 갖다 드리자 지주는 쌀값이 내린 데 화가 났는지 다음 해부터는 쌀값 연동제로 도지를 받지 않고 정액제로 받겠다면서 40만 원을 요구했다. 나는 지주의 갑질에 볼멘소리로 '내년에는 쌀값이 오르면 어쩔 거냐'고 묻자, 아마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했다. 그의 예언이 적확히 맞아떨어져 내가 그 집을 떠나올 때까지 해마다 40만 원의 도지를 줬다. 이 기사를 쓰면서 요즘의 쌀값을 알아보자 이즈음은 가마니 단위가 아니고 부대 단위로 20kg 한 부대가 4만 원 내외로, 한 가마 시세는 16만 원 안팎이다. 내가 그 마을을 떠나온 지 14년이 된 오늘날도 그때 쌀값보다 더 싸니까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추수를 앞두고 억장이 무너져 일부는 논을 갈아엎나 보다. 그새 서울의 아파트값은 두세 배 뛰었음에도.하지만 해방 후 남북 분단으로 남과 북은 서로 부족한 자원으로 몹시 곤란을 당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가 평양에서 열려 그곳에 갔을 때다. 평양 도착 이튿날은 7월 21일로 평양시내 관광 날이었다. 그날 나는 평양산원을 둘러봤는데, 유모가 아기 젖을 먹이는 장면을 예사롭게 보고 지나쳤다. 하지만 동행한 소설가 이경자 선생은 그 유모의 얼굴에 기미가 낀 게 어딘가 잘 먹지 못한 얼굴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는 얘기를 하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남과 북이 통일을 이루고 화합하지면 서로 아픈 곳은 가급적 건드리지 말고, 생색내지 말고 도와줘야 한다. 요즘 식량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북쪽을 남쪽은 조건 없이 도와줘야 한다. 많이 도와줄수록 그만큼 조국 통일과 화해의 길은 단축된다. 더욱이 남쪽에서는 쌀이 남아돌아 처치 곤란을 겪으면서도 굶주리고 있는 북의 형제들을 돕지 않는 것은 인륜에 어긋나는 일이다. 남쪽 일부에서는 북에 식량 지원하는 것을 '퍼준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모양인데, 아주 한심한 발상이다. 형제간에 도와주는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상대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게 몰래 도와줄 때 그 보상으로 평화가 온다. '음덕양보'라는 말이 있다. 남모르게 베풀면 언젠가는 그 보상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나는 이 기사에서 '인류애'니, '인도주의'니, '동포애'니 등의 거룩한 말은 삼가겠다. 후세 우리의 자손들이 북의 동포는 굶주리는데 남쪽에서는 남는 쌀을 어쩌지 못해 논을 놀리고 논을 갈아엎는 처사에 뭐라고 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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