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엄벌 대신 산재 유족 채용 '정당한 노사 간 타협이냐' 대법관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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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엄벌 대신 산재 유족 채용 '정당한 노사 간 타협이냐' 대법관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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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자 유족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노동조합 단체협약 규정이 정당한지를 두고 민유숙 대법관이 질문을 던졌다. 단협 규정이 산재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민유숙 대법관이 지난 17일 오후 산재 유족을 특별채용 하도록 한 노동조합 단체협약이 정당한지를 두고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생중계 영상 캡처. “원고 대리인이 제출하신 서면을 보면, 원고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면 더 받을 수 있지만 추가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고 형사사건화 될 때 처벌불원서를 제출함으로써 처벌을 낮춰주는 대신에 채용 혜택을 받는 거라서 상호 간에 이득이라고 하셨어요.

결국 회사는 산재를 막아야 할 방재 조치에는 소홀해지고 장래 누군가가 향후 재해를 입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것 아닌가요?” 산재 사망자 유족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노동조합 단체협약 규정이 정당한지를 두고 민유숙 대법관이 질문을 던졌다. 단협 규정이 산재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는 업무상 재해로 숨진 이모씨의 유가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다. 쟁점은 ‘조합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할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직계가족 한 명에 대해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도록 하는 단체협약 규정이 공서양속을 위반하는지였다. 이씨는 근무 중 벤젠에 노출돼 백혈병으로 숨졌다. 이씨 유족은 단체협약 규정을 근거로 자녀를 채용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측은 단협 규정이 민법 103조가 정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1·2심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유족은 상고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개변론에서는 단협 규정이 정당한지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사측은 단협 규정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청년의 고용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 측은 전체 신규채용 인원 중 산재 유족 비중은 0.5% 미만이기 때문에 채용의 자유가 침해되지도 않고, 청년의 고용 기회를 박탈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특히 유족 측은 노사간 이해관계가 대등하게 맞아서 체결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기업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유족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기업이 유족에게 채용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받고, 노동자는 산재 보상을 받기 위한 복잡한 재판 절차를 피할 수 있어서 양측 모두 이득이라는 취지다. 유족의 소송대리인 김상은 변호사는 “산재유족 특별채용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같은 중대재해가 있는 경우 발생하는 피고들과 유족간의 민형사상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단협 조항은 노사간 교섭을 통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했다. 민 대법관은 “장래 누군가가 회사의 소홀한 조치로 인해서 향후 재해를 또 입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 대법관은 사측에 대해서는 “산재가 발생한 경우 회사는 엄정하게 처벌받고 급여를 초과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강하게 부담해야 산재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며 “어차피 누군가를 채용해야 하는 만큼 산재 유족을 채용함으로서 추가 비용 부담을 안 하는 이득을 얻는 대신 방재 조치에는 결국 소홀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대해서는 “유족의 입장에서도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여러 절차를 피하기 위해서 채용이라는 혜택을 받게 되면 채용될 수 없었던 차점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유족 측 김 변호사는 “단협 자체가 산재를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은 동의한다”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에게 엄벌하는 효과보다는 유족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 제기됐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다른 구직자의 이익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별채용 인원이 극소수에 이르기 때문에 용인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민 대법관은 사측에게도 “유족 1인을 채용해주는 대신에 형사사건 처벌 불원확인서를 받는다든지 민형사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사례가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사측 박상훈 변호사는 “다른 산업현장에서는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기아차 사례가 있었는지는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민 대법관은 단협 규정이 전통적인 가부장제에만 유리한 제도가 아니냐는 ‘송곳’ 질문도 던졌다. 자녀가 없는 비혼자 등에게는 차별적인 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유족 측 참고인으로 나온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오랜 기간 가부장적 경제구조에서 성장한 한국 사회에서 특히 부양을 담당하던 가장의 사망은 소득의 상실을 초래한다”며 “부양공동체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산재 유족을 채용하는 것은 산재 사망으로 인한 부양공동체의 소득 상실에 대한 원상회복에 가장 가까운 구제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 대법관은 “전통적 가족제도에서 부 또는 모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망하면 자녀가 취업 시기부터 정년까지 고용 보장이 된다”며 “이에 비해서 혼인하지 않은 사람이나 자녀가 없는 젊은 근로자가 사망하면 부모가 고용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정년이 가깝거나 이미 다른 일을 해온 사람이어서 고용이 적당하지 않는 등 많은 장애가 있을거 같다”고 했다. 이어 “결국 이 제도가 유지되는 한은 가부장제 등 전통적 가족제도의 부양담당자라고 여겨진 사람에 대해서는 재해를 보장하는 반면 전통적 가족형태와 다른 형태로 사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보장이 현격히 떨어지거나 안 되는 불균형이 발생해 차별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 대법관은 “단협 규정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보호하는지 한 마디로 말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권 교수는 “부양”이라며 답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수긍되는 지적”이라고 했다. 다만 권 교수는 “국가 법질서는 모든 국민을 상대로 만들지만 단협 규정은 노조원의 공통된 이해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며 “노조원 대부분이 가부장이었던 점을 반영해 25년 전 협약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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