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50여 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 표현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출근길 문답을 통해 의견을 전하고 있습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현안에 문답하는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1분 남짓한 ‘출근길 문답’을 ‘도어스테핑(Door-stepping 약식 회견)’이라며 굳이 영어로 표현하는 것도 의문인 데다 언론이 이를 제대로 국민에게 전하는지도 살펴야 하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출근길 문답’ 보도의 문제를 살펴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대통령의 생각이 가감 없이 국민에게 전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인한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언론의 보도 태도도 차이가 있는데요.
데일리안 는 “전임 대통령들이 전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이 즉석 문답”은 “윤석열의 브랜드가 되어버렸”다며 “간간이 하게 될 정식 기자회견들까지 더하면 1000회는 쉽게 넘어갈 것이”기 때문에 “내친김에 기네스북 등재도 도전해보라”고 제안했는데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정곡을 찌르는 답변”으로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 요점만 답하느라 1분 안팎 회견을 하는 것”이라고 옹호하며 “한마디만 던지고 말거나 아주 곤란한 질문일 때는 어물쩍 넘어가 버리는 것도” 일부러 “구사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더불어 “윤석열의 도어스테핑은 청와대 개방이라는 실외 개혁에 이은 실내 개혁 조치로서, ‘취임 후 가장 잘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TV조선 은 “지난 정부 때는 대통령이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청와대 브리핑도 “‘청와대 관계자’발로 기사화”돼 “국민들은 이게 누구 뜻인지 좀 애매”했지만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현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해나 곡해의 여지”가 분명하게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는데요. “너무 세부적인 것까지 언급하게 되면 정부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좁혀질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배려해 발언에 “‘여지’를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 발언의 숨은 의도까지 찾아내 칭찬한 것인데요. 그러나 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 이후 대통령실이 반복해 발언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오해나 곡해가 정말 줄어들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출근길 윤석열 대통령과 기자들의 문답은 약속된 취재라는 의미에서 ‘도어스테핑’으로 부르는 것은 애초 뜻과도 다르고, 적절한 표현도 아닙니다. 1분 남짓의 짧은 시간을 봤을 땐 ‘약식 회견’으로 부르기에도 부족해 보입니다. 이처럼 원어의 의미와 다르게 사용되는 도어스테핑 문제를 제대로 짚은 언론은 TBS 와 오마이뉴스를 빼곤 거의 없습니다. MBN은 평일 아침뉴스 에서 김주하 AI 앵커가 등장해 “생활 속에서 잘못 쓰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보는” ‘쉬운 우리말’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도 문화체육관광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쉬운 우리말 쓰기’를 꾸준히 연재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 은 “공적 정보를 다루는 공공언어는 특히 알아듣기 쉬워야 한다”며 “수많은 복지 정책 가운데 본인이 수혜자가 될 수 있는지를 알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이나 제도를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그런데 언론은 ‘도어스테핑’ 관련 보도에서는 아주 쉽게 외래어를 사용하거나 남용하는 대상에 대한 비판 의식이 낮았습니다. 이런 사례는 또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10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한 자리에서 집무실 주변 시민공원 조성 계획을 소개하며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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