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하순, 겨울 산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억새밭에는 장끼와 까투리가 추위 속의 햇볕 아래 정겨운 나들이에 나서는 계절이다. 구례 오산(鰲山, 자라 산) 앞은 섬진강이 휘돌아 흐르고, 멀리 장엄한 지리산 주능선이 펼쳐졌다. 오산 사성암(四聖庵)은 원효, 의상, 도선과 혜심 대사의 네 성인이 수도했다는 설화가 전승되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12월 하순, 겨울 산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억새밭에는 장끼와 까투리가 추위 속의 햇볕 아래 정겨운 나들이에 나서는 계절이다. 구례 오산 앞은 섬진강이 휘돌아 흐르고, 멀리 장엄한 지리산 주능선이 펼쳐졌다. 오산 사성암은 원효, 의상, 도선과 혜심 대사의 네 성인이 수도했다는 설화가 전승되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 산 정상에는 안산암 주상 절리로 보이는 큰 바위가 겹쳐서 솟아서 소원 바위, 도선굴과 배례석을 이루고 있다.
사성암 도량 중심에는 안산암 절벽에 마애약사여래입상 암각화가 있다. 네 성인들이 걸어 올랐던 옛 순례길은 찾을 수 없고, 이 산 아래의 죽연 마을에서 사성암까지 셔틀버스가 3km의 구간을 운행한다. 사성암으로 오르는 오르막길에서 구례구역부터 걸어온 섬진강 풍경이 그림처럼 보였다. 구례 사성암 도량에 이르렀다. 가파른 암벽 아래에 높은 기둥을 세우고, 법당을 제비집처럼 세운 유리광전이 인상적이다. 유리광전에 스님이 불공을 올리고 있었다. 마애약사여래입상 앞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었다. 암벽에는 고려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4m 가까운 키의 거대한 약사여래가 왼손에 약병을 들고 오른손에는 중생 사랑의 수인을 짓고 있다. 유리광전의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유리광전의 암벽 가까운 기둥 밖으로 약사여래입상의 바깥 광배 일부가 보였다. 약사여래입상에 약간 떨어져서 참배 장소로서 유리광전이 세워진 셈이었다. 유리광전이 높은 마애불 암각화 앞에 세워져서 친견하기 좋았다. 그러나 마애불은 건물 바깥 암벽에 그대로 있고, 중생과 스님은 유리광전 안 건물 공간에 있다. 이곳의 마애약사여래입상은 원효 대사가 선정에 들어서 손가락으로 바위 표면에 그렸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오산 사성암 도량에서 오산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니 거대한 바위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안산암의 주상 절리와 오랜 풍화로 바위들이 겹쳐 있었다. 소원 바위와 도선굴, 배례석이 가까운 장소에 함께 있었다. 아마 이곳이 오산 사성암의 원래 수도 장소였을 것이다. 소원 바위, 배례석과 도선굴 순서로 설화가 발생하고 전승된 듯하였다.마한이나 백제 시대, 까마득한 옛날이었을 것이다. 지리산 기슭 구례에 사는 나무꾼이 있었다. 무성한 삼림에서 나무를 벌목하여 뗏목을 지어서 섬진강에 띄워 하동에 운반하며 생활하였다. 그의 아내는 섬진강 물길이 하동으로 내려가는 풍경이 보이는 오산 정상의 바위 아래에서 남편의 안전을 빌었다. 아내는 날마다 오산에 올라가 남편의 안전을 빌었다. 아내가 어느 날 바위 위에서 신발 한 쪽을 떨어트렸고, 신발을 주우려다가 실족하여 세상을 떠났다. 그때 흘린 신발 한 짝이 섬진강을 따라 흘러갔고, 남편이 그 신발을 보았다.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는 오산 정상에 이르러 남편도 아내의 길을 따라갔다. 이후로 오산에서 신발을 잃으면 하동에서 찾는다는 지역 속담이 전해졌다. 이 소원바위의 전설이 천년 사랑의 원형으로서 백제의 '지리산 녀' 설화와 남원 춘향전 근원 설화의 하나로 보인다. 의상 대사는 7세기 중반에 화엄사를 창건하였다. 이곳 사성암의 배례석에서 의상 대사는 화엄사를 바라보며 경배하였다고 한다. 원효 대사는 의상 대사와 함께 자주 언급된다. 원효 대사가 이곳에서 어머니를 모시면서 수도하였다고 한다. 어머니를 위하여 시끄러운 섬진강의 물소리를 이곳 바위에 가두었다고 한다. 도선 대사는 9세기 후반에 이곳 도선 굴에서 수도하였다고 전해온다. 도선 대사는 오산에 가까운 백운산 옥룡사에 머물렀다. 13세기 초반에 혜심 국사는 선문염송집을 남겼다. 혜심 국사는 송광사에서 오래 거주하였으며, 이곳 오산에서 수도하였다고 한다. 사성암에서 오산 정상까지는 500m의 거리이다. 사성암은 바위 절벽에 위치하여 바람길이 통하여 칼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오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포근한 흙길이 많았고, 소나무 숲이 제법 우거졌고 바람도 멈추어 온화하였다.오산 정상에서 내려와 소원 바위, 배례석과 도선굴을 지나 사성암 도량으로 내려섰다. 육합당 요사채의 빗장걸이 대문이 눈길을 끌었다. 육합당 지붕 처마 아래에 섬진강 물결을 상징하는 듯 원형 소용돌이무늬가 있었고, 자라 조각이 있었다. 오산은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자라 형국이라고 한다.그런데 이곳 육합당의 빗장은 대문 밖에서 자라 목각을 회전시키면, 정사각형의 구멍이 드러났다. 이 구멍으로 손을 넣어 빗장을 당겨서 둔테에서 빗장을 빼어 문을 열 수 있었다. 문의 안팎에서 누구나 빗장을 걸고 열 수 있는 구조였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문, 문이면서 문이 아닌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유리광전을 바라보는 도량에 내려서는데, 자연석에 약사여래좌상을 조각하였다. 최근에 조각한 듯하였다. 약사여래의 좌우에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협시불로 호위하고 있었다. 사성암 유리광전을 소개하는 안내판에 소 떼가 그려져 있었다. 2020년 8월 여름, 홍수가 져서 섬진강 유역의 곡성과 구례에 큰 피해를 주었다. 그때 구례 문척면의 한 축사에서 소 떼 10여 마리가 이곳 사성암 유리광전 앞에까지 십 리를 걸어서 올라왔었다. 그때의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소 떼가 이곳 도량에 몰려온 인상적인 장면을 그린 듯하였다. 오산 사성암 아래 죽연 마을로 내려왔다. 섬진강 건너편으로 대숲이 푸르게 보였다. 오산을 올려다보니, 산 정상 부근이 자라가 목을 내민 형상으로 보였다. 오산에 머문 거대한 자라가 한 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천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갈 것 같았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기사 '빤히 쳐다보는 수달... 그림 같은 겨울 강변 풍경'과 관련됩니다. 이 기사는 섬진강 두꺼비 다리에서 오산 사성암으로 오르고 죽연 마을로 내려오는 7.5km의 여정입니다. 죽연 마을에서 섬진강 대나무 숲길을 걸어 구례구역으로 가는 8km의 여정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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