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구가도시건축의 창립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건축가 조정구가 설립한 구가도시건축은 마당이 있는 한옥의 정취를 담은 현대적 건...
조정구 구가도시건축 대표가 지난 11일 ‘픽션 논픽션’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옛 구영숙 소아과 건물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11일은 구가도시건축의 창립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건축가 조정구가 설립한 구가도시건축은 마당이 있는 한옥의 정취를 담은 현대적 건물을 설계하면서 도시답사와 실측·연구도 병행했다. 개발로 지워지는 도시의 기억을 보존하려는 ‘수요답사’가 대표적이다.
수요답사는 올해 10월까지 25년 동안 1108회에 걸쳐 진행했다. 수요답사 결과물과 한옥호텔 라궁 등 구가도시건축이 설계한 주요 건축물을 소개하는 25주년 기념 전시 ‘픽션 논 픽션’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옛 구영숙 소아과 건물에서 열리고 있다. 2000년 11월 29일 첫 수요답사의 목적지는 종묘였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조정구 건축가는 “건축적으로 정말 아름답고, 비어있는 웅장함이 좋았다. 서울의 중심에서 시작하자는 마음에서 택했다”고 설명했다. 수요답사는 백사마을, 교남동 등 주로 재개발 예정지로 이어졌다. 답사를 거듭하면서 “동네는 형편대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며, 멋져 보이는 도시보다 사람들이 함께 잘 살고 잘 누리는 도시가 진정으로 훌륭한 도시”라고 깨달았다. 올해엔 한남동 답사에 주력했다. 건설사로부터 2개월의 시간을 허락받아 철거가 시작된 현장을 발굴팀과 실측팀으로 나눠 조사했다. 답사자료를 종합해 만든 한남동 조형물을 전시장 2층에서 만날 수 있다. 물길을 따라 자란 나무도, 유리창에 비친 나무의 초록빛에 평안을 얻었을 집도 빼놓지 않았다. 이 동네를 거닐었던 이들이라면 ‘아 여기서 내가 이랬어’라고 절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의 몽생미셸’은 이제 갈 수 없다. 그가 전시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시간이 살아 있는 모두의 도시”였다. 건축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 사이에 짓는 거라고 했다. 그 좋은 예로 서울 정동길을 들었다. 덕수궁의 돌담과 개화기 시절의 건축물, 현대 건물이 아기자기한 공원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적어도 서울 사대문 안 역사 도심에서의 건축이라면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운상가를 2004년, 2009년, 2019년, 2022년 네 번에 걸쳐 조사했다. 그에게 세운상가 수요답사는 어땠는지 물었다. 세운상가 일대 8개 블록을 조사했는데 전체가 너무 복잡해 처음에는 무엇을 보았는지조차 혼란스러웠다. “1970년대 건설된 세운상가 외에 나머지 지역에는 조선 시대의 필지와 나이를 확실히 알기 어려운 한옥들이 그대로 자리했고, 그곳에 1960~70년대 공업사, 철공소 등 제조업이 들어섰죠. 정말 독특하고 소중한 땅이라는 건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가 본 세운상가는 청계천, 을지로와 마찬가지로 죽은 곳이 아니었다. 특히 속골목에 주목했다. 길과 건물 사이, 또 건물 안에서 공간을 이어주는 통로이다. 세운상가는 도심 제조업 공장 지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혈관 같은 골목을 품고 있었다. 영상과 실측을 통해 그런 골목을 기록했고, 철거된 가게의 간판도 수집했다.세운지구의 공간을 실측하면서 새로운 가능성도 볼 수 있었다. 재미난 공간이 많았다. “경량 철골 구조의 작은 페인트 공장이었는데, 이 공장이 나가더라도 요즘 힙지로처럼 수제 맥줏집이 들어오면 딱 맞을 정도의 거칠어도 멋있는 공간이었어요. 5층 옥상에만 올라가도 서울의 산이 다 보여요. 꼭 고층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처럼 저층을 유지해도 가능성이 꽤 있겠다고 생각했죠.” 최근 서울시가 종묘 앞 건물 최고 높이를 145m까지 허용하면서 논란이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늘이 지지 않는데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조정구 건축가는 문제는 그늘이 아니라고 했다. 허름해 보이는 옛 거리를 몽땅 지운 자리에 고층빌딩과 녹지가 어우러진 멋진 신세계를 제안했는데, 그런 시간을 지우는 전면 재개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필요에 따라 조금씩 개발하는 게 좋다고 했다. “시간에 맞춰서 한다는 건, 전면적인 방식으로 재개발을 하지 않는 거예요. 역사 도심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10층 이하로 짓고 또 범위를 크게 짓지 않는 거죠. 작은 공장과 가게가 잘 운영되고 있고, 또 잘 운영되지 않으면 업종을 바꿔 새로운 가게가 들어올 수 있고요. 그렇게 크고 작은 건물, 옛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이어주는 거죠.” 그는 낡아 보이지만 도시의 역사성과 생명력을 간직한 곳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익선동, 서촌, 북촌, 성수동에 국내외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건 그곳에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실핏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골목마다 얽혀 있어 시간 여행하듯 탐험하기 좋은 곳이다. 으리으리하고 보기 좋은 공간이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게 아니다. 특히 종로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중심축을 보존해야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피렌체에 가면 큰 성당이 가운데 있는데, 시내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조절해요. 서울의 축은 도성과 주변 네 개의 산인데, 그 산이 보이도록, 그 산을 많은 사람이 누리도록 하려면 오래된 도시의 조직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걸 지금 다 엎고 있잖아요. 마치 심을 박듯 녹지 축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서울이라는 도시의 시간적 질서에 맞지 않아요. 시선이 다 막히잖아요. ‘내가 거길 지배하겠다’. 가운데 높은 건물을 지어서 거기에 사는 사람이 주변 경관을 다 누리겠다는 마음인 거죠.” 기존에 용적률 660%, 높이 71.8m 재개발 계획이 통과됐는데, 왜 다시 용적률을 높여 추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세계 유산을 함부로 하는 도시가 무슨 미래가 있어요. 우리 유산도 아니고 세계의 유산이라고 지정까지 해줬잖아요. 세계 모든 이가 누릴 수 있을 정도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녔다는 것인데, 그걸 함부로 하면서 무슨 도시의 미래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오세훈 시장이 고맙다고 했다. “역행보살이라고 하나요. 작게는 종묘에서 보이냐 안 보이냐는 문제이지만 그걸 넘어 그렇게 높은 빌딩이 서울 역사 도심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도시의 미래에 대한 큰 이슈를 던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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