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터는 손길, 벼를 터는 기계... 고단하던 어머니 뒷모습이 떠올랐다
골짜기에 가을이 왔음은 산딸나무가 먼저 알려준다. 어느새 붉은색이 잎으로 전해지고, 덩달아 화살나무도 빨강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곳곳에 산국이 노랑으로 맞불을 놓으며 골짜기는 가을이 시작된다. 밝은 햇살이 찾아온 산등성이에 산새들이 날아오르는 아침, 가을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싸늘해졌다. 어느덧 들판은 휑하게 변하면서 곳곳에 가을의 풍성함을 주던 흔적들로 가득하다. 널따란 들판에 곤포 사일리지가 뒹굴거리고, 비탈밭을 장식했던 들깨와 콩은 어느덧 꺼풀만 남겨져 있다.
새벽부터 벼를 베고 허기가 질 즈음이면 동네 아낙들은 바빠졌다. 점심을 준비해 논으로 날라야 해서다. 노란 주전자엔 막걸리가 출렁거리고, 덩달이 강아지도 따라나섰다.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았다. 지나는 이웃도 그냥 지날 수 없고, 기어이 숟가락을 들고 요기를 해야 지날 수 있는 점심상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푸짐한 논밥상이 펼쳐진 것이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추억은 이제는 그리움으로 만족해야 한다. 웅장한 기계음을 따라 먼지가 하늘로 오르고, 작은 트럭이 따라나섰다. 콤바인이 털어낸 벼를 실어 운반할 트럭이다. 순식간에 콤바인인 황금들녘을 휑하게 만들었다. 봄부터 새싹을 틔웠고 여름비를 견뎌낸 벼가 가을이 되어 주는 보상이었다. 온 동네 사람이 모여 벼를 베고, 타작을 하던 일을 웅장한 기계가 순식간에 해결한 것이다.
가을들판에 할머니들의 발걸음을 잡아 놓은 건 들깨였다. 한치의 땅도 비워 놓을 수 없는 시골땅, 작은 땅에도 어김없이 들깨는 자리를 잡았었다. 널따란 들판을 지나 산 모퉁이를 돌아가자 유모차가 서 있다. 허리 굽은 할머니가 혼자 손으로 들깨를 털고 계신 것이다. 가족들은 없는 건지, 홀로 앉아 일을 하신다. 그 시절 가을이 되면 고개를 숙인 벼를 베었다. 벼가 마르고 타작을 할 즈음, 집안의 큰 재산인 소의 힘을 빌려야 했다. 벼를 운반해 벼타작을 하고 남은 볏짚은 바깥마당에 쌓았다. 이엉을 엮어 초가지붕을 새로 해야 했고, 군불을 지펴야 했으며 소의 배를 불려야 했다. 거대한 가마솥에 소죽을 끓이며 사랑방을 데웠야 했으니 그게 가족과 마찬가지였던 소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였다. 나중에 소를 팔아 학비와 가용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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