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문가들은 10년 내 1,575만 개 일자리가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2026년 현재 단순생산직은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다. 로봇 기술은 아직 현장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지만, 정작 숙련공은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현장을 떠나고 있다. 용접공 천현우는 원청과 하청의 이중 임금 구조를 통...
어디 용한 무당이 푸닥거리하고 내놓은 점괘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카이스트·서울대 등 9개 기관의 인공지능·로봇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 무시무시한 결과를 깊게 파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예측에 따르면 청소원과 주방보조원은 모두 사라지고, 금속가공기계조작원 등 단순생산직도 90% 이상 로봇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콘크리트공이나 건축도장공 등도 88% 이상 대체되는 고위험 직종으로 분류됐다.
반면 회계사, 변호사, 투자·신용분석가, 자산운용가 등 전문직은 대체율 30% 미만으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알아채셨으리라. 위 자료는 2016년산이다. 2026년 현재, 전문직은 누구나 대규모 언어 모델을 쓰고 있으며, 단순생산직은 로봇으로 대체되긴커녕 여전히 사람이 없어 못 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보기 좋게 예측에 실패한 이유는 기술 발전의 속도와 방향이 그만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반쯤 웃자고 꺼낸 이야기지만, 요즘 자동화 발전 속도는 정말이지 심상치 않다. 그간 한국 제조업에서 기술 발전은 두 가지 결과로 이어졌다. 숙련 의존도의 감소와 생산성 향상. 일 잘하는 사람 없이도 품질 좋은 제품을 더 빨리 만들 수 있도록 진화했다. 용접공인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레이저 용접을 꼽을 수 있다. 용접 중 가장 어렵고 숙련이 긴 방식은 아르곤 용접, 흔히 티그 용접이라 불리는 기술이다. 한 손으론 용접기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나머지 손으로는 녹일 재료를 밀어 넣어야 한다. 최소 몇 년은 손에 익혀야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아르곤 용접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레이저 용접으로 이어졌고, 결국 상용화됐다. 온도를 맞춰가며 좌우로 한땀 한땀 철판 사이를 메워야 하는 아르곤 용접과 달리, 레이저 용접은 전압을 맞춘 다음 일직선으로 죽 그어버리면 끝이다. 시연 영상을 보는 순간, 용접을 열심히 배워서 돈 벌겠다는 생각은 접어야겠다 싶었다. 한국 제조업의 기술 발전이란 주로 이런 식이었다. 사람 대신 설비 의존도가 커지고, 점차 단순노동만 필요해지면서 평균 일자리 질이 떨어졌다. 대체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이었지만, 고용 규모 자체를 줄이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아틀라스니 페르소나니 하는 로봇들은 궤가 다르다. 진짜 사람이 일하는 그 자리에 로봇을 투입한다. 노동자의 최후 협상 카드인 '인간의 노동' 자체를 아예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사 합의 없는 로봇 도입을 거부하겠다던 현대차 노조를 향해"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로봇을 통한 노동 대체가 필연일 수도 있다. 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진척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현재 로봇 수준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막상 현장에 투입하면 가장 쉬운 일조차 버벅거린다. 설비를 완벽히 갖춘 공장 안에서도 그런데, 실시간 임기응변이 필요한 현장 노동을 대체하기란 쉽진 않다. 신기술은 낙관도 체념도 아닌 냉정한 시선으로 다루어야 한다. 요즘 자동화 관련 기사를 보면 기업의 희망 사항이 많이 반영돼 있다. 투자 유치 목적도 있겠지만, '미운 노조'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그 의도를 걷어내고 기술의 실용성만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로봇이 단순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사람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아직 로봇 대체가 쉽지 않은 숙련직 일자리는 많다. 정부는 인력이 그런 일자리로 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문제는 일자리 없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숙련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숙련 노동자가 현장에서 저절로 공급됐다. 한 업종에 오래 머물 수 있었고, 기업은 충분한 대우를 보장했다. 입사 초엔 월급이 적고 일은 힘들어도 세월이 갈수록 대우가 나아지던, 고진감래의 구조가 살아있었다. 그 구조는 이제 원청 정규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청년 하청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매일 녹초가 되면서까지 버티지 않는다. 10년, 20년 일한 선배들의 고장 난 몸과 가벼운 월급봉투를 보고 나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이제 '알아서 공급되는 숙련 노동자'의 수는 매우 적다. 많은 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를 시도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국인 숙련 노동자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는데 외국인 노동자한테 좋은 대우를 하겠는가. '숙련기능인력비자' 보유 노동자의 연봉 하한선은 고작 2600만 원. '비전문취업비자'의 평균 임금 2590만 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조건이 워낙 나쁘니 외국인 노동자조차 한국에 정주하며 숙련을 쌓기보단 몇 년 바짝 벌어 귀국하는 쪽을 택한다. 숙련이 쌓일 수 없는 구조다.정부와 기업은 이제 숙련공이 현장에서 절로 나오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신입사원에게 기초만 가르치고 현장에 바로 떠미는 방식은 한계에 부닥쳤다. 숙련공 양성에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 신입 노동자가 저임금 받는 현상을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된다. 기업은 초보가 성과를 낼 수 없으므로 최저임금만 줘도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로봇으로 대체 불가능한 노동의 강도는 숙련 여부와 상관없이 똑같이 힘들다. 현장에서 은퇴한 숙련공을 멘토로 하는 프로그램, 퇴근 후 인근 대학교를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 등 교육 방식의 다각화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시급히 바꿔야 할 부분은 임금 구조다. 지금은 원청과 하청이 따로 논다. 원청은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이 저절로 오른다. 반면 하청은 경력과 실력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고 하지만 기준이 제각각이다. 이 방식이라면 둘 다 공멸한다. 원·하청 임금 체계를 통일하고, 입사 초 임금을 크게 올리되 상승률은 낮춰야 한다. 모든 일을 최저임금으로 퉁치지 말고, 힘든 일에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한다. 한국 조선소 돌아가는 꼴을 보면 지금 제조업이 얼마나 기이한 구조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2024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 3천 달러인 중국이 연봉 2500만 원을 보장하고도 사람을 못 구한다. 1인당 GDP가 3만 6천 달러인 한국이 거의 비슷한 임금을 준다. 그러고선 사람 안 구해진다고 하소연한다면 그야말로 도둑놈 심보 아닌가.필자 소개 : 천현우는 경남의 여러 제조업체를 돌며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 신분으로 정부에 지역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지방 청년의 삶과 제조업 경험을 바탕으로 쓴 칼럼을 모아 단행본 를 출간했으며, 현재 와 에 정기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에도 게재됐습니다.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숙련공 #로봇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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