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엔데믹과 유커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형 관광지 주민들이다. 외지인과 외부 자본에 망가진 터전이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과 해외 주요 도시를 심층 취재해 오버투어리즘의 심각성과 해법을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8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 은행로 초입. 일방통행로 양쪽으로 풍선 사격, 인형 뽑기 가게들이 빽빽했다. 한복대여점 직원들은"사진까지 1만 원”이라며 호객 행위에 열을 올렸다. 300m 남짓 거리에 한복대여점과 점집, 사진관이 즐비했다. 최대 상권인 태조로는 야시장을 방불케 했다. 닭강정, 슬러시, 닭꼬치 등 길거리 음식 천지였다. 닭날개볶음밥 탕후루 등 국적도 다양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20년 전만 해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ㆍ풍남동 일대 700여 채 한옥이 군락을 이룬 조용한 주거지였다. 변화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시작됐다. 전주시는 슬럼화하던 이곳의 한옥을 매입해 문화관ㆍ박물관을 짓고 도로를 닦았다. 2008년 정자와 물레방아가 있고 실개천이 흐르는 은행로가 준공됐다. 2002년 31만 명이던 관광객은 2010년 328만 명까지 급증했다. 다만 이때도 주거지 성격이 강했다. 상업화는 두 갈래로 진행됐다. ①은행로ㆍ향교길 등 마을 주요 가로에 접한 주택이 용도변경을 거쳐 카페와 잡화점 등 근린생활시설로 바뀌었다. 2010년 이후 건축물대장에 용도변경 이력이 기재된 건물 48건 중 44건이 이런 경우다. ②용도변경이 어려운 골목 안쪽 한옥은 숙박시설로 바뀌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한옥체험업 또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인 주택은 각각 175곳과 32곳에 달했다.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원주민은 마을을 떠났다. 치솟는 임대료에 내몰린 세입자도 있지만, 관광객 증가→상업수요 확대→지가 상승 흐름 속에 한옥을 팔고 제 발로 떠난 원주민도 적지 않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주말엔 차량 진입이 통제되고, 편의시설도 없고, 집값도 비싼 이곳에 누가 살겠느냐”며 “한옥을 활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만 들어온다”고 잘라 말했다. 2010년 2,083명이던 마을 인구는 지난해 908명으로 반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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