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안남면 종미리 종배마을회관으로 5명의 학생이 등교한다. 한 손엔 필기도구와 교과서, 받아쓰기 노트까지 가방에 빠뜨리는 법 없다. 이종석(80) 노인회장과 전금순(88), 손길자(82), 이종례(80), 김정희(74) 씨까지 평균연령 80.8세. 2023년 5월에 입학해 어느덧 학교에 다닌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안남면 종미리 종배마을회관으로 5명의 학생이 등교한다. 한 손엔 필기도구와 교과서, 받아쓰기 노트까지 가방에 빠뜨리는 법 없다. 이종석 노인회장과 전금순, 손길자, 이종례, 김정희 씨까지 평균연령 80.8세. 2023년 5월에 입학해 어느덧 학교에 다닌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다섯 명의 학생 모두 우등생이라는데...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종미리 한글학교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봤다.한글학교를 찾은 8월 21일은 2주간의 여름방학을 뒤로한 개학일. 일찍부터 마을회관에 나와 책상에 앉아있는 다섯 명의 학생 모두 한껏 상기된 표정이다. 이들이 기다리는 이는 다름 아닌 한글학교의 유일한 교사 박미선씨. 그가 곧 양손 가득 빵을 사 들고 교실로 들어선다.반가운 목소리에 더욱 왁자지껄해지는 교실이다."아이고, 선생님이 간식을 사 들고 오시면 어떡햐.""가만 있어 봐. 자두를 좀 꺼내야지.""좀 먹고 시작하지요.
"마을에 돌아온 건 작년이에요. 옥천에서 가게를 오래 하다가 마을에 다시 온 건데, 남편이 저더러 마을회관에 좀 가보라 했죠. 어머님들이 '한글학교 없어지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선생님 구하는데 사모님 좀 보내달라' 한다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것도 잠시, 그는 이전 교사였던 석은숙 소장에게 수업방식을 배우고 교재를 연구하는 등 수업을 준비했다. 고등학교 교사로 있는 딸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부담스러웠던 자리지만, 이제 박미선씨에게도 일주일에 한 번 이곳에서의 시간이 일상에 큰 활력소가 됐다."글을 가르친다기보다 '엄마'들에게 인생을 배우는 것 같다"는 박미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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