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현진은 실제로 외할머니가 알츠하이머를 앓으셨다고 고백했다.
등을 통해 짧게나마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서현진이 이번에는 '초로기 알츠하이머' 환자가 되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26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영화 연기는 뭐가 어떻게 달라야 할까, 뭐가 다른가 늘 궁금했다"고 입을 열었다. "영화, 드라마를 오가시는 선배들께 많이 물어봤을 정도였다. 라미란 선배한테 여쭤봤더니 '다 똑같아.
연기가 다 똑같지'라고 해주시더라. 그런데 제가 느낀 건 현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깊이가 달랐다. 감독님이 쓰신 작품인 경우, 내 생각이 맞든 틀리든 대화를 통해 더 좋은 걸 도출할 수 있고 현장에서 바뀔 수도 있고 그런 게 자유로웠다. 좋은 경험이었다." 는 갑작스럽게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게 된 '워킹맘' 수진이 아버지 인우와 함께 일상을 남들처럼 살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서현진은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딸 지나를 키우는 변호사 수진으로 분했다. 영화 초반부 수진은 로펌에서 인정 받는 변호사이면서, 동시에 딸의 교육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는 완벽한 커리어우먼처럼 보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알츠하이머 판정 이후, 영화는 관객이 수진의 일상을 처음부터 다시 인식하게끔 만든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변호사 업무조차 흔들리면서, 수진의 일상이 언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는지 관객도 알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서현진은 알츠하이머 증상과 표현 정도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감독님과 스크립트 정리를 했다. 어느 시점에서 의식이 돌아오고 다시 빠져나가는지 포인트를 잡았다. 몇 신부터 몇 신까지는 증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식으로. 영화에서 알츠하이머 환자가 악화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어색해 보인다면 그게 연기처럼 보이고 몰입이 깨질 수 있었다. 가짜처럼 보일까봐 신경을 썼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찍으면 좋겠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으니까 앞뒤 대본을 계속 확인하면서 촬영했다." 이날 서현진은 실제로 외할머니가 알츠하이머를 앓으셨다고 고백했다. 촬영할 때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실제로 외할머니를 돌보신 어머니에게 도움을 얻기도 했다고. 그는 인우가 수진을 씻겨주는 장면에서"엄마에게 할머니를 씻겨드렸을 때 경험을 여쭤봤다. 할머니는 물놀이를 하는 줄 알고 물장구를 치셨다더라. 나도 그렇게 표현하려 했다"며 "외할머니께서 병증이 심해져서 본인의 10대 시절 밖에 기억을 못하게 됐을 때에도, 제 이름은 기억 못해도 제 애칭을 기억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극 중에서 병이 진행될수록 수진은 점점 기억과 함께 인간성도 잃어간다. 끔찍하게 슬픈 상황이지만 영화는 이를 최대한 담담하게 보여주는 편이다. '신파'의 우려도 최대한 피해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서현진은"훨씬 더 건조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저는 지금 영화보다 더 건조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저는 울지 않고 관객은 울기를 바랐다. 그게 잘 안 되더라. 뒷내용을 알아서인지 자꾸 제가 눈물이 나서 첫 촬영부터 마음에 걸렸다. 자칫 관객보다 내가 먼저 우는 것일까봐. 관객이 받아들이기도 전에 혼자 슬프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감독님이 서현진씨가 느끼는 거면 그게 진짜 감정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해주셔서 안심했다. 안 울기로 했는데 울었던 신도 있다. 딸을 다시 만나는 장면은 이미 인지능력이 완전히 저하돼서 울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에 안성기 선배님이랑 찍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다시 안 우는 버전으로 한번 더 찍기도 했다."영화는 인우와 수진 부녀의 일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인우는 수진이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분리수거를 버리고 약을 먹고 산책을 하는 것까지 하루 일과를 정해놓고 반복적으로 학습시킨다. 서현진은 안성기와 함께 촬영한 신이 많았지만 정작 초점을 잃고 정면을 응시하느라 안성기와 마주 보는 순간이 별로 없었다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도"선생님의 눈빛을 저는 완성된 영화로 확인해야 했다. 눈빛 하나에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더라"고 감탄했다. 대선배 안성기는 늘 촬영장에 가장 먼저 오는 배우라고. 서현진은"배우 콜 타임이 후배인 제가 먼저였는데, 더 빨리 와 계신다. 15분 먼저 갔는데도 계시고 그 다음엔 30분 먼저 갔는데 또 계시더라. 얼마나 먼저 가야 할까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도 안성기 선배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고 전했다. "정말 말씀이 없으시다. 얼마나 많은 작품과 세월을 연기했겠나. 다 알고 계실 텐데도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으신다. 일언반구 없이 감독의 연출을 존중하고 따라주신다. 제가 어떤 게 좋을까 여쭤봐도 답을 주시기 보다는 제가 답을 찾게끔 역질문을 하시더라. 촬영이 끝나고 제가 선생님께 '원래 그러세요?'라고 여쭤볼 만큼 말이 없으시고 성품이 좋으셨다. 나도 저렇게 연기를 오래 하고 아는 게 많아지더라도 후배들에게 말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편 서현진은 오는 6월 3일 첫 방송되는 SBS 드라마 를 통해서도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그는 극 중에서 성공만을 좇다 속이 텅 비어버린 차가운 변호사 오수재로 분한다. 서현진은"두 작품에서 모두 변호사로 나와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면서도"훨씬 장르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혀 다른 두 작품이다.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는 직업을 훨씬 강조하지만, 영화에서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크게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그래도 영화 속 수진의 날 선 모습들이 드라마와 겹쳐 보일까봐 조심스럽기는 하다. 물론 드라마는 훨씬 장르적인 색채가 짙어서 달라보일 것이지만 저는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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