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아닌 유랑생' 갈등 깊어지는 대학생들 '팀플에서 같은 조가 되는 걸 꺼리죠' '유학생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너무 피해 봐요'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어를 할 줄 몰라 아예 수업이 힘든 친구들이 꽤 있어요. 일부는 유학이 아니라 유랑 하듯 놀러온 학생들이고요.” 경희대 4학년 박모씨는 지난해 군 전역 후 복학하면서 달라진 학교 풍경에 깜짝 놀랐다. 듣는 수업마다 외국인 유학생 숫자가 4분의 1은 돼보였기 때문이다. 박씨는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거나 불성실한 학생들도 있어 팀 프로젝트에서 같은 조가 되는 걸 꺼린다”고 말했다.
고려대 3학년 김모씨는 지난 달 중간고사 때 도서관에서 겪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 김씨는 “다들 시험 공부하느라 예민한데 앞자리의 중국인 학생 3명이 큰 소리로 웃고 떠들더라, 심지어는 시끄럽게 과자를 먹고 치우지도 않고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너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한국 학생들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유학생에게 국한된 이야기지만, 전체 유학생 규모가 커지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한국 학생들이 늘고 있다. 또 무분별하게 유학생을 유치하고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교 측에 대한 비판도 크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학생을 입학시키는 기준이 너무 낮고 입학 이후 관리도 안 된다”며 “이제 외국인 유학생 관련 정책을 정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4년 5만7675명에서 2018년 9만9714명으로 급증했다. 유학생이 가장 많은 곳은 고려대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고려대는 어학연수생을 포함해 지난해 등록한 외국인 유학생이 4850명이었다. 가장 많았던 해는 2017년으로 무려 5938명의 유학생이 학교를 다녔다. 2015년과 비교해 거의 2배였다. 그 다음으로 경희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이 3000명 이상의 외국인 유학생을 확보하고 있다. 중앙대, 한양대, 동국대, 국민대, 한국외대 등도 적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이 등록돼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제일 많다. 고려대 3학년 윤모씨는 지난해 2학기 전공 수업 때 외국인 유학생과 같은 조로 활동하다 피해를 봤다. 윤씨는 “유학생 신분임을 배려해 간단히 자료조사만 부탁했는데 구글 검색에서 제일 위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복붙’ 해서 왔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이건 상황이 나은 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아예 연락을 끊고 ‘잠수 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현재의 유학생 관리 방식은 외국 학생에게도 한국 학생에게도 모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한국 학생들은 그들이 학업 분위기를 해친다고 생각하고, 외국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왕따’ 같은 신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윤씨는 “같은 수업을 들어도 서로 소통하지 않고 물과 기름처럼 전혀 섞이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전북대 1학년 유모씨는 “외국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거의 못해서 깜짝 놀랐다”며 “말을 못 알아들어 수업 때 게임 같은 딴 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 번은 교수가 ‘옆 자리로 옮겨 앉으라’고 했는데 그 말도 이해 못하는 모습을 보고선 학교가 무슨 기준으로 유학생을 뽑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교수들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중국 학생들은 한국어도 못하지만 영어는 더 못해서 기본적인 소통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이라는 게 뭔가를 시켰을 때 이행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줘야 하는데, 유학생은 이런 게 통하지 않으니 그저 ‘배 째라’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막기 위해 언어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학생만 선발토록 권고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입학 시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 졸업 전까지 4급 이상 취득하는 조건이다. 영어는 토플 530점 이상의 기준이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엄격히 지키는 대학은 드물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국립대 9곳의 유학생 현황 자료를 보면, 교육부의 언어능력 권고기준을 만족한 유학생은 41.1%에 불과했다. 심지어 전남대와 강원대 2캠퍼스는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이 위원장은 “‘묻지마 유치’ 경쟁으로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무분별한 유학생 늘리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자격이 미달되는 유학생들까지 무리해서 받다 보니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은 지난해 중도탈락율이 40.9%나 됐다. 유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를 그만뒀다는 뜻이다. 강원도의 한 4년제 대학은 52.2%였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여전히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린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10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유학생이라도 받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대학에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유학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대학평가에서 국제지수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유학생과의 갈등이 자칫 인종 갈등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외국인 유학생과의 갈등 경험이 해당 국가 전체에 대한 선입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문제가 더욱 커지기 전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호 교수는 “당분간이라도 외국 학생과 국내 학생의 학위과정을 별도로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며 “언어·문화적인 문제로 함께 수업하면 둘 다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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