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 홍동면은 아이들에게 '천국'이다. 이곳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이 아닌 마을 만화방으로 달려간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아지트이자 친구들을 만나는 마실방이다. 홍동면에는 농업 학교인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아래 풀무학교)가 있다. 2000년대 초부터 귀농·귀촌인이 부쩍 늘었...
유기농업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 홍동면은 아이들에게 '천국'이다. 이곳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이 아닌 마을 만화방으로 달려간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아지트이자 친구들을 만나는 마실방이다. 홍동면에는 농업 학교인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가 있다. 2000년대 초부터 귀농·귀촌인이 부쩍 늘었다. 그들은 몸만 오지 않았다. 젊은 귀농귀촌인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시골 마을에 함께 이식했다.
마을주점과 출판사까지 다양한 형태로 문화 공간이 생겨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지난 2014년 개관한 '만화방 ㅋㅋ'다.만화방ㅋㅋ의 시작에는 웃음보다 '애잔함'이 담겨 있다. 2013년, 햇살배움터 마을 교육 수다방에서 방과 후 갈 곳이 없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마을 어른들과 학부모들이 직접 나섰다.그리고 올해 4월 26일, 만화방ㅋㅋ는 홍동하나로마트 2층으로 이사해 개관식을 거행했다. 10년 동안 이용자 수가 늘어 공간이 비좁아져 이사를 결정한 것. 이름도 마을 공모를 통해 홍동청소년문화공간ㅋㅋ로 바뀌었다. 이사 과정에 마을 전체가 움직였다. 아이들과 마을 어른들이 함께 공간을 설계하고, 마을 목공소에서 직접 공사를 진행했다. 후원금은 십시일반으로 모였다. 말 그대로 마을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원하는 공간을 함께 만든 것이다. 4월 29일, 기자는 홍동ㅋㅋ를 찾았다. 내부에는 '잔소리 없는 공간 ㅋㅋ', '늦게까지 놀 수 있는 공간', '안전하고 활기 있는 곳' 등 아이들이 직접 쓴 문구가 가득하다.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윤은주 햇살배움터 이사는"홍동에는 아이들이 특별히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홍동ㅋㅋ는 만화를 보기 위해 오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친구를 만나거나, 부모님을 기다리거나,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이 공간을 스스로 주인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공간이 넓어진 만큼 아이들이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홍동중학교 2학년 박원 학생은"학교가 끝나면 곧장 여기로 와서 논다. 용돈 부담 없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약속 없이 놀러와도 친구들이 있다. 재미있는 만화책도 많다. 대략 200권 정도는 읽은 것 같다"며 이곳에서 추억을 새록새록 쌓아가고 있다고 했다.이사 후 홍동ㅋㅋ는 단순히 만화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소모임방·공부방·다락방 등 다양한 독립 공간을 갖춘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마을 아이들이 공간의 주인이 되는 기존의 철학은 그대로 살렸다. 한쪽에 설치된 노래방은 덤이다. 정영은 햇살배움터 사무국장은"지난 10년 동안 이용 아동 수가 늘어났다. 10년 전 어린이집에 다니던 친구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초등학생이던 친구들이 중학생이 됐다. 아이들도 이제는 이곳을 내 집처럼 편하게 느끼고 있다. 이는 우리 어른들이 바라던 바였다"고 말했다. 정영은 사무국장은"대도시에서는 이런 시설을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하지만, 농촌에서는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운영 과정에 걱정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곳을 가장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홍동ㅋㅋ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마을 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 햇살배움터가 후원과 운영을 모두 맡고 있다. 오로지 주민들의 힘으로 10년간 유지되는 그 비결은 무엇일까? 윤은주 이사는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바로 '정성'이다. "후원자 중에는 이미 자녀를 모두 키운 분들도 많다. 그럼에도 이 공간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후원을 계속해 주고 있다. 이분들의 후원금이 더 많기도 하다. '사회적인 의미를 떠나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이런 어른들이 우리 마을에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홍동ㅋㅋ가 유지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윤 이사는"아이들이 다시 오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공간이 되려면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라며"가치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동ㅋㅋ에 노래방이 설치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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