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키워라'... 대학 포기했던 그녀, 칠십 넘어 시인이 되다

세월의 무게 딛고 '섬돌' 펴낸 구연분 시인... "외롭지 않은 글쓰기, 계속 이어가겠다"

쳇바퀴 도는 듯한 하루하루지난해 가을 구연분 시인이 처음으로 세상에 펴낸 시집 에 들어가는 말이다. 시인의 말처럼 오랜 시간 축적된 그의 삶의 집대성이 이 시집에 다 녹아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첫장을 넘기며 그 거대한 삶을 마주하자니 설레기도 했고 떨리기도 했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은행 직장을 마치고 시집살이를 위해 오래전 함양으로 내려온 구 시인. 그 젊은날 낯선 곳에 발들인 이후 지나온 날들이 시집에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제가 원래 문학을 꿈꾸며 살아오진 않았어요. 서울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가 결혼을 하게 됐는데 시집살이 과정에서 속박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것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메모도 하고 일기도 쓰고 그랬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은 내가 남한테 못하는 이야기도 다 쓸 수 있잖아요. 남편 욕도 할 수 있고 시어른한테 불만도 토로할 수 있는 것이죠. 한번은 남편이 그 일기장을 발견해서 싸우고 난리가 난적도 있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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