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다 건드린 아버지의 자존심, 이제는 그저 오래 옆에만 계셨으면
아버지는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낡아서 버렸다는 안경은 칠십만 원짜리 독일제 안경이었다. 약 3년 전 당시, 아버지의 '플렉스'를 아들인 내게 고발하는 어머니의 목소리엔 짜증이 묻어 있었다. "아버지, 무슨 안경을 칠십만 원이나 주고 사요?""참아라, 그게 다초점이라서 그렇단다.""... 내일모레면 나도 나이가 팔십인데, 내 스스로를 위해서 칠십만 원이나 쓴 게 바보스럽더라도 그냥 두면 안 될까?""아... 제 생각이 짧았네요. 제가 조금 보탤테니 그 안경 쓰세요."아버지는 재작년 백내장 진단을 받고 양쪽 눈 수술을 받았다. 본래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넣은 뒤로는 보이는 게 예전만 못하다 하신다. 또 작년엔 오른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었는데, 그 또한 본래 무릎보다 못할 게 뻔하다.
아버지는 정말 내일모레면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아버지의 노화속도가 점점 빨라질수록 초조함이 밀려온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정작 당신을 위한 것들은 병원비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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