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이경규 뒤에 숨은 진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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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이경규 뒤에 숨은 진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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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연히 식당에서 이경규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식당은 이경규님의 단골가게라고 했다. 종업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이경규님께 사진 촬영을 요청하면 찍어주시나요?', '그럼요~사진 다 찍어 주세요. 사인도 해주시고요.' 조심스럽게 이런 질문을 했던 건, 평소 TV에서 보았던 이경규님의 '버럭' 이미지 때...

언젠가 우연히 식당에서 이경규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식당은 이경규님의 단골가게라고 했다. 종업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이경규님께 사진 촬영을 요청하면 찍어주시나요?","그럼요~사진 다 찍어 주세요. 사인도 해주시고요." 조심스럽게 이런 질문을 했던 건, 평소 TV에서 보았던 이경규님의 '버럭'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너무 유명한 분이라서 증거를 남기고 싶기는 한데 혹시라도 사진 촬영을 요청드렸다가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종업원분의 긍정적인 얘기를 듣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인과 사진 촬영을 부탁드렸고 흔쾌히 응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어? TV에서 보이던 이미지와 다르시네'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나의 SNS 어딘가에 이경규님과 찍은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사실, 유명 연예인이 쓴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신변잡기식의 가벼운 이야기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인기에 힙입어 홍보용으로 만들어낸 허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경규의 책 을 읽으며, 그런 마음들이 엄청난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시간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잊힐 만하면 늘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사람이라면, 공인으로서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다. 개그맨 이경규가 40여 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 버티는 마음이 아닌, 오히려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다는 자유로운 마음가짐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것만 쫓지 않았고 더 멀리 세상을 보는 연습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예능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드라마나 영화는 촬영 전에 대본을 다듬고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순발력과 애드리브가 필요한 예능은 매 순간이 살얼음판이다. 웃음 하나가 상처가 되고, 농담 하나가 차별이 될 수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기민하게 발맞춰야 한다. 연령, 장애, 페미니즘.... 매 순간이 시험이다. 개그맨들은 평소에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했었다. TV 속 모습처럼 주변 사람들을 웃기려고 노력할까? 이경규님은 고독이 자신을 지켜주는 방패이며,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싶을수록 침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생각을 비우는 것, 그게 진정한 사색이다'라고도 말했는데 너무 공감이 되었다. 보통 사색이라고 하면, 뭔가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큰 오류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 시간을 끝내주게 잘 보내고 싶다. 40여 년의 무대가 가르쳐 준 생존의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온전한 사색을 위해서는 홀로 산책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나 역시 천변을 걷고 달리며 머리를 비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채워 넣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침묵이 가진 힘을 믿는다. 개그맨들이 대기실에서 침묵을 지키다 무대 위해서 큰 웃음을 터트리듯이, 어쩌면 침묵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지금의 이경규님을 있게 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 , 등이 기억난다.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 모두가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제작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울리고, 웃게 하고, 감동하게 했던 순간들을 보여주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었다. 그리고 현재 그가 즐겁게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 또한 같은 맥락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낚시'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의 낚시'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프로그램 제작 의도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았다. 낚시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의 낚시를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물고기를 기다리며 나누는 대화, 입질의 순간을 함께 기뻐하는 동료애, 낚시 기술을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존중, 그 사이에서의 은근한 경쟁심까지. 한번 낚시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이유들이다. 또한 '인생은 기다림'이라는 의미에서 낚시를 하는 행위와 매우 닮아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낚아 올리기 위해 기다리고, 공을 들이고, 기대하는 과정 자체가 삶이 아닐까 싶다. 운이 좋아 대어를 낚을 수도 있지만, 잡은 고기를 미련 없이 놓아주어야 하는 순간도 있는 것처럼 삶은 예측 불가능한 것들의 집합체라는 생각이 든다.이경규님은 주위 사람들로부터"예능으로 세상을 바꿨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그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세상 만들기에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정지선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 '양심냉장고'를 선물하는 공익 예능이 방송되고 나서 질서 의식이 매우 좋아졌고 숨은 양심 찾기로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여전히 전설적인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경규님은 이렇게 말한다.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목청 높여 계도하는 대로 충실히 살아야 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했고, 반드시 지켜야 했기에 이경규님의 인생 역시 한치의 어긋남 없이 반듯한 대로를 걸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연예인이라면 한두 번쯤 겪게 되는 구설수 하나 없이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해온 그의 삶이 존경스럽다. 또한 언제든 맞이하게 될 '끝'을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삶의 태도가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해피 엔딩, 명예퇴직, 유종의 미'처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수식어들을 버리고 삶을 관조하려는 여유로움 덕분에 그의 삶이 훨씬 어른답고 아름다워 보인다.을 통해 개그맨 이경규는 매 순간 선례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성공 사례를 만드는 사람이며,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순간들을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반가웠다. 이제는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버럭' 뒤에 숨겨진 그의 진짜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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