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분의 일'이 찍은 광화문 역대급 사진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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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분의 일'이 찍은 광화문 역대급 사진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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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자주 그리고 많이 찍는 편이다. 그런데 카메라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됐어도, 나는 셔터를 누르는 쾌감 때문에 무거운 DSLR을 항상 들고 다닌다. 주로 집회·행사 사진을 많이 찍는데, 12.3비상계엄과 내란 사태 이후에는 연일 계속되는 탄핵 집회를 거의 빠짐없이 기록한다. 집회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자주 그리고 많이 찍는 편이다. 그런데 카메라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됐어도, 나는 셔터를 누르는 쾌감 때문에 무거운 DSLR을 항상 들고 다닌다. 주로 집회·행사 사진을 많이 찍는데, 12.3비상계엄과 내란 사태 이후에는 연일 계속되는 탄핵 집회를 거의 빠짐없이 기록한다. 집회마다 수백 장을 찍고, 그중에서 100장 내외로 사진을 골라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단체 대화방에 올려 소식을 공유한다.

대전에서 살다 보니 매번 대전 집회에만 참석하다가 지난 15일에 처음으로 서울 집회로 향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이 '100만 총집결'을 호소해 나도 '백만 분의 일'이라도 돼야겠다고 생각해 광화문으로 갔다. 이날 서울 집회 참석은 처음이었지만, 광화문 집회 장면은 근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찍으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박물관 건물을 바라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옥상에 올라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나도 얼른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막상 옥상에서 광화문 쪽을 내려다봤는데, 잔디밭과 도로가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백 만이 모인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아 신경이 쓰이면서도,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내려왔다.범시민대행진 대회가 예정된 오후 4시. 주변 사전대회에 참가했던 대열이 행진하며 광화문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회가 시작된 뒤로도 인파가 계속 모여들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빈자리가 채워진 것 같아 다시 서둘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새 옥상에선 광화문 방향으로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촬영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갈 틈은 보이지 않았다. 눈치작전을 펼치며 잠시 기다린 뒤에야 빈 자리를 찾아 비집고 들어갔다. 나처럼 '백만분의 일'이라도 돼야겠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주변으로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회자의 구호를 따라 목청을 높이는 외침, 음악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흔드는 깃발들의 물결. 그 모습에 주저 없이 셔터를 연신 눌렀다. 그러다가 이왕이면 깃발이 모두 쫙 펼쳐졌을 타이밍에 맞춰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줌렌즈를 돌려 깃발들만 당겨 찍기도 했다. 한 셔터를 누르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나를 향해 말하는 것처럼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 찍을 만큼 찍었고 이제는 같이 온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러 가자'고 생각하며 뒤돌아서려는 순간. DSLR로 찍은 사진은 노트북으로 옮기고 사진을 고른 후 올리려면 집회가 끝난 뒤 한밤중이나 될 텐데, 우선 지금의 모습을 공유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찍었다. DSLR처럼 깃발을 클로즈업해서 찍고, 그래도 이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있게 광화문이 보이도록 화각을 넓혔다. 광화문 뒤편으로 근정전이 보인다. 근정전 뒤로 청와대도 보인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윤석열 정권의 말로를 상징화하려면 청와대도 나오는 게 좋겠다. '여기서 멈추면 사진이 너무 빡빡하겠네. 차라리 청와대 뒤 뾰족한 북악산까지 담으면 삼각형의 안정된 구도가 나올 것 같다'고 여겼다. 어느 정도 여백을 느낄 수 있게 하늘도 충분히 담아냈다.스마트폰 사진 중에 최대한 잘 나온 것으로 2장을 골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깃발 춤을 담은 동영상 2개도 함께. 그러고는"'백만분의 일'들이 아까보다는 더 늘었네요. '백만분의 일'들의 함성이 모여 윤석열을 파면한다. 하면된다. 파면된다!"라고 적었다과 필터가 적용돼 보정된 사진.시간이 흐르고 그 사진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무척 많이 회자됐다는 걸 확인했다. 이 일을 계기로 내가 유명 사진가가 된 것처럼 축하 연락을 주시는 분도 있었고, 책을 내는 데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는 연락도 와 흔쾌히 승낙했다. 사진 한 장이 낳은 예상치 못한 일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12.3불법계엄 이후 국민들은 '내란성 불면증' '내란성 스트레스' 등 수많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늦어질수록 국민 피로는 누적되고, 국론분열은 격화하고, 사회적 비용은 늘어난다. 민주주의의 '해피엔딩'을 위해 이번 주가 지나기 전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이 기사에 소개된 보정된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 상에 공유되는 비슷한 사진도 제가 촬영한 사진이라고 소개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진은 제가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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