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운 약혼자…파혼 위자료 받을 수 있나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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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영은(가명)씨가 전 남친과 만남을 지속하고 성관계까지 맺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r예비부부 파혼 소송 당신의법정

김영은씨와 이현우씨는 지인 소개로 만나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결혼식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현우씨는 영은씨가 전 남자친구와 만남을 지속하고 성관계까지 맺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삼자대면까지 거친 끝에 현우씨는 파혼을 통보했고 “결혼비용과 위자료를 달라”며 소송을 냅니다. 소장에는 신혼여행 항공료, 예식장 계약금, 신부 지인·가족 식사비까지 계산한 표가 적혔습니다. ‘프러포즈 식비’ 20만원도요.이혼 부부의 재산 분할 소송만큼이나 예비부부의 ‘파혼 소송’도 치열합니다. 민법 804조는 ‘당사자 한쪽에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 중 하나가 ‘약혼 후 다른 사람과 간음한 경우’입니다. 영은씨가 여기에 해당하겠죠. 법을 어겼으니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생깁니다. 현우씨가 만일 영은씨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쓸 필요가 없던 돈을 영은씨가 메워놓고 헤어져야 하는 겁니다.

영은씨도 맞소송을 냈습니다. 예단비 500만원을 돌려달라는 겁니다. 그러나 무려 1976년에 나온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파혼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예물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것. 시대가 변해 약혼의 의미가 과거와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지 않긴 하지만, 재판부는 영은씨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기기도 했기 때문에 예단비를 도로 가져갈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나만 진심이었지…’와 같은 사례들입니다. “애인 남동생의 군대 면회도 함께 가고, 할머니 생신 잔치에도 함께 가고, 애인 누나 집들이에도 갔었다”며 약혼 관계를 주장한 사건에서 법원은 “결정적 약혼 징표는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친밀한 이성 친구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요.

결혼식을 올린 뒤 3개월 만에 신랑이 사기로 구속된 한 부부의 사건에서 법원은 신랑이 결혼식장 비용, 드레스 비용, 폐백 비용, 신혼여행 비용, 웨딩플래너 비용 등을 다 내라고 했습니다. 예물과 예단도요. 신랑은 자신이 형사사건 피고인이라는 사실도 숨기고, 법원의 선고 당일에도 해외 출장을 간다며 집을 나섰다고 하네요. 알고 보니 신랑은 자신의 출신 대학과 실제 직장까지 숨기고 있었죠.증권사에 다니고 있으니 투자금을 맡기면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던 예비신랑, 신혼여행비와 예물 구매비까지 쏠쏠하게 챙겼다가 결혼식 직전에 사라졌습니다. 법원은 “결혼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결혼할 것처럼 속였다”고 보고 신랑이 결혼비용을 다 메우고 위자료도 주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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