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까지 모조리 다 버려'…복구 작업자들은 위험 노출
건물 처마 밑에서 팔짱을 낀 채 굳은 얼굴로 수해 복구 현장을 지켜보던 박모 씨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반지하 집으로 온 지 석달 만에 수해를 당했다는 박씨는"이 동네에 살아남은 반지하가 한 곳도 없다"며"이제야 집에서 물을 다 퍼내고 쓰레기들을 꺼냈는데 주말에 또 비가 많이 온다니 속이 탄다"고 말했다.
우산을 쓰고 토사와 잡동사니가 쌓인 골목을 빠져나오고 있던 문모 씨는"이제야 겨우 건진 가전제품을 말려서 수리라도 맡길 수 있는지 알아보려 했는데 큰일"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반지하 집 옆의 주차장에서 물이 들이쳐 집이 침수됐다는 문씨는"집 안에 남은 게 없어서 며칠 동안 컵라면밖에 못 먹었다"며"지금 끼니를 해결하려고 잠시 햇반을 사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김씨는"또 비가 오니까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황진환 기자근처에 머리를 자르러 간 2시간여 동안 집이 침수된 윤모 씨는 목장갑을 끼고 집에서 싱크대를 들고 나온 뒤 빗줄기를 멍하게 바라봤다. 윤씨는"하수가가 역류해 싱크대까지 뜯어내고 모조리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군인들은 비에 흠뻑 젖은 채 집 안에서 밖으로 쓰레기를 옮기고, 자원봉사자들은 장화를 신고 양동이로 집에서 물을 퍼냈다.
관악구청 직원들은 얼굴에서 땀인지 비인지 모를 물기를 닦아내며 트럭에 쓰레기를 실었다. 직원들이 쓰레기더미를 헤집자 운동화, 장롱 문짝, 싱크대 거름망, 초코파이 박스, 시계 등 온갖 물건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날 오전 4시부터 복구 작업을 시작한 청소환경과 공무관 박한철 씨는"비가 오기 시작하니 작업을 하다 넘어지는 직원들도 생기고, 트럭에 싣던 가구가 손에서 미끄러지는 일이 생기는 등 작업 환경이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이어"비가 더 내리면 작업이 멈출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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