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국민'으로 시작해 '시민'으로 돌아간 문형배의 세 가지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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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이라는 헌법 전문으로 취임사를 시작했던 문형배 헌법재판관(헌재 소장 대행)이 18일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세 가지 당부'를 남기고 헌법재판소 문을 나선 그는 웃는 얼굴이었다. 문 재판관은 이날 서울시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 '퇴임사...

6년 전,"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이라는 헌법 전문으로 취임사를 시작했던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18일"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세 가지 당부'를 남기고 헌법재판소 문을 나선 그는 웃는 얼굴이었다. 문 재판관은 이날 서울시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퇴임사를 써가지고 비서실장한테 올려달라고 했는데 고쳐버렸다. 제가 고친 대로 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멋쩍게 웃으며 퇴임사를 시작했다.

그간 대통령 탄핵심판 등 사건을 선고할 때에 비하면 한껏 부드러워진 표정이었다. 그는"이렇게 모였으니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헌재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보충되어야 한다"는 당부를 남겼다. 첫 번째 과제는 재판관 구성 다양화였다. 퇴임하는 문형배 재판관부터 최근 취임한 마은혁 재판관까지 현재 재판관 9인은 모두 판사 출신이다. 문 재판관은 소위 '엘리트 법관'들이 서울 중심으로 근무해온 것과 달리 헌재에 오기 전까지 27년 간 부산·경남에서만 근무했다. 그는"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또는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서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는 필요하다"며"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들에게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더 깊은 대화"였다. 그는"재판관과 재판관 사이에서, 재판부와 연구부 사이에서, 현재의 재판관과 과거의 재판관 사이에서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며"대화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의 과정과 경청 후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성찰의 과정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온 후 ' 평의과정에서 재판관들끼리 충분히 치열하게 토론하고, 가급적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해오고 있다'는 전직 독일 연방헌재소장의 발언을 소개한 페이스북글에 문 재판관은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문 재판관은 끝으로"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에 관한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헌재의 결정에 대해서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지만, 대인논증과 같은 그런 비난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순간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어진 문 재판관 발언에 청중들은 다시 집중했다. "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와 헌법소원과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하면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입니다." 에 따르면, 문 재판관은 전날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특강에서"최근에 블로그에 글을 거의 안 올리고 있다. 글을 쓰면 죽일 듯이 달려들기 때문"이라며"아무 말을 안 해도 살해 협박과 문자와 전화 폭탄이 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지냈다"고 지난 소회를 밝혔다. 이날은 이미선 재판관의 6년 임기만료일이기도 했다. 이 재판관의 퇴임사는 '당부'보다 '소회와 감사'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그 역시"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는 말로 간접적으로나마 대통령 탄핵심판이 남긴 것을 표현했다. 이 재판관은 특히"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며"헌법의 규범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우리 헌재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전력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퇴임식 후 청사 밖에서 동료 재판관, 헌법연구관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촬영을 마친 문형배 재판관은 황급히 헌재를 빠져나갔다. 끝까지 관계자들에게 인사하며 여유있게 떠나간 이미선 재판관과 대조적이었다. 다만 소장 대행으로 대통령 파면 결정부터 마은혁 재판관 임명, 한덕수 국무총리의 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등 주요 국면마다 헌재를 이끌어온 소임을 내려놓고 홀가분해진 만큼, 그의 마지막 모습은 웃는 얼굴이었다. 문 재판관은 이후 기자단 공지로"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충실히 보도해준 언론과 기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https://omn.kr/2d3q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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