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칼협'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하게 한다. '누칼협'이 당연한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상담자로 일하면서 나는 종종 '삶에 책임을 지는 문제'를 맞닥뜨린다. 상담실을 찾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애쓰다가 고통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아이 걱정에 스스로의 삶을 잃어버린 부모, 타인의 감정에 책임지느라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 때로는 부모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이들도 만난다. 이 모두는 나름의 사연이 있고, 이 사연들은 종종 나의 마음도 울린다.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에 통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족하고, 연대의 가치가 하락된 세상에서 각자도생만이 살길임을 이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도 이 말이 이런 세태를 '비꼬는' 것이기를 바랐다. 그러니까 모든 일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를 역설적으로 풍자하는 것인 줄 알았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 말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어차피 도움받을 곳이 없다고 여기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대를 내려놓게 된다고, 기대하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는 의미였다.나는 그제서야 왜 이 말이 이토록 유행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탓'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경험하곤 한다. '자기 탓'을 하면 분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분노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버리면, 적절하게 분노를 표현하고 이를 해소하고, 원인을 찾아 바로 잡는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잘못'이니 내 삶이 망가져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수동적으로 혹은 우울하게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누칼협'이 위안이 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진정으로 '내 선택'에 의한 것이고,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이 선택에 따른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삶을 '책임지는'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부조리와 나를 침해하는 타인들로 인해 내 삶의 모양이 바뀌었다면 이에 대해 정당하게 분노하고, 그 분노의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양과자가 제주 점령'... 문제제기한 사람들의 비극'양과자가 제주 점령'... 문제제기한 사람들의 비극 제주_4.3 남북분단 미군정 4.3항쟁 4.3사건 김종성 기자
Read more »
자꾸만 줄서는 이재용…이 모습 보면 삼성맨 최애 복지 안다 | 중앙일보삼성전자에 막 입사한 이들이 여러 번 강조한 건, 바로 이 복지였습니다.\r이재용 삼성 복지
Read more »
처음 본 수십명 다 벗었다…알몸으로 들어가는 누드 레스토랑 | 중앙일보참가자 대부분은 여성으로 전해집니다.\r미국 뉴욕 레스토랑
Read more »
한글 1만1172자 탄생 비밀은... 발로 쓴 '한글 문화유산답사기'한글 1만1172자 탄생 비밀은... 발로 쓴 '한글 문화유산답사기' 한글 김슬옹 해례본 세종대왕 한글가온길 김병기 기자
Read more »
'도망가고 싶었다'…천하의 조승우 떨게한 저주받은 '유령' | 중앙일보천하의 조승우지만 이날 '많이 떨었다'라고 전했습니다.\r조승우 오페라의유령
Read more »
'기생충 칸 수상'이 2위였다...'역대 한국영화 최고뉴스' 1위는? | 중앙일보3위로는 '한국 영화 100주년' 4위는 '스크린쿼터제 실시'가 꼽혔습니다.\r한국 영화 뉴스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