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오종민 사무관이 개발한 '예비식 기부' 시스템이 제31회 늘푸름환경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학교에서 배식되지 않은 급식을 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이 시스템은 3년간의 법적 공백 극복 끝에 올해 7월 규제혁신으로 합법화됐다. 효원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이 모델은 음식물 폐기량 40~50% 감소 효과를 보였으며,...
지난 2021년 겨울,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코로나19 확진으로 하루 1톤이 넘는 따뜻한 급식이 아무도 손대지 못한 채 그대로 폐기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학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서는 한 끼를 기다리며 길게 줄 선 어르신들의 지친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경기도교육청 오종민 사무관이 지난 8일 제31회 늘푸름환경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예비식 기부' 시스템의 출발점을 이렇게 회상했다.
다음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AD 오 사무관이 마주한 현실은 제도적 공백이었다. 학교급식법과 식품위생법 어디에도 '예비식 기부'라는 개념이 없었고, 식중독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불명확했다. 기부를 위한 조리·보관·운반 기준 역시 마련돼 있지 않았다.가장 큰 걸림돌은 법령 해석이었다. '미배식 음식물 재사용 금지'를 규정한 식품위생법 조항이 예비식 기부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학교 현장에서는"사고가 나면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현실적인 두려움도 존재했다. 인력도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누가 포장·운반을 담당할지 역시 문제였다.2025년 7월, 규제혁신의 전환점"예비식 기부는 정해진 조건을 지키면 합법적인 기부 행위이며, 조리·보관·운반 기준과 당일 섭취 원칙을 지키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3조의 '미배식 음식물 재사용 금지' 조항이 기부식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교육부는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제6조의 '조리 후 2시간 내 배식' 규정이 학생 배식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예비식 기부 시 필요한 위생관리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전국에 배포했다.예비식 기부의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버려지는 잔반이 아니라, 배식되지 않은 '새 음식'을 당일 안전하게 기부하는 것이다. 배식 후 손대지 않은 예비식을 별도로 분리해 온도와 위생 기준을 지키며 보관하고, 당일 포장·운반해 기부한다. 학교, 사회복지법인, 푸드뱅크, 자원봉사자가 협업해 전 과정을 관리한다. 효원고의 성과는 뚜렷했다. 음식물 폐기량이 40~50% 감소했고, 월 50만 원 수준의 처리비용이 절감됐다. 지역 취약계층에 '당일 조리된 고품질 식사'도 제공됐다. 특히 시흥·수원·인천 남동구 등 여러 지자체는 '학교–푸드뱅크–지자체' 협력 구조를 구축해 도시형 순환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오 사무관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로 향한다. 지난해 국방부 수도방위사령부와 군부대 예비식 기부 방안을 논의했다. 2022년 기준 군부대 음식물 쓰레기는 11만 3,003톤, 처리비용은 189억 원에 달한다.이 제안은 2024년 입법·정책 제안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노루페인트, 강원랜드 등 민간 기업도 구내식당·리조트에서 발생하는 예비식을 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예비식 기부에 대한 공감대는 압도적이다. 세종시민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찬성률이 무려 99.9%에 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정식 교육과정으로 채택해 학생들이 직접 배우고 실천하도록 했다.오 사무관은 이러한 경험이 장차 병영급식 개선, 기업 ESG 제안, 자원순환 정책 설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심사위원 중 한 분이 '이 모델은 다른 나라가 그대로 가져가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차별점은 세 가지였다. 단순 기부가 아닌 법령 해석·조례·규제혁신까지 아우르는 제도 패키지, 세계 최고 수준의 식재료·위생시설을 갖춘 학교에서 이뤄지는 안전한 기부, 기부량·폐기물 저감·탄소 감축 등을 데이터로 증명 가능하다는 점이다.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서울·세종·충남·전북 등은 조례를 제정하고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그는 최근 무료급식소 이용자가 급증한 대구 상황을 언급하며"학교–푸드뱅크–복지기관을 연결하는 '대구형 도시 푸드브릿지'가 구축되면 전국 확산의 핵심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은 AI·데이터·배달·식품 안전·공공 인프라가 세계 최고입니다. 이 역량이 결합되면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식품순환 플랫폼을 만들 수 있습니다.""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때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없을 때 무엇을 나누었느냐로 기억됩니다. 공직자의 역할은 '확률'이 아니라 '의미'로 일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쪽에서는 따뜻한 급식이 버려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 끼를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선다. 그 사이에 다리를 놓은 한 공직자의 여정은 이제 대한민국 전역을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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