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 집사람은 살아 있다 안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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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 오늘도 사라진 아내의 이름을 불러본다

"당신을 애타게 기억한다 걸 알리고 싶다"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치매 실종 경보 문자. 매일 40명의 노인이 길을 헤매고 있다. 치매 실종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무관심하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치매 실종자 가족 11명의 애타는 사연을 심층 취재하고, 치매 환자들의 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회 패턴을 분석했다. 치매 선진국의 모범 사례까지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두 달 동안 전국을 돌며, 경찰청 '안전드림'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를 토대로 실종된 치매 노인 54명의 가족을 접촉해 인터뷰를 시도했고, 긴 설득 끝에 11명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이 기사는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앞으로 어디선가 사라질 또 다른 치매 어르신들의 안전한 귀가를 바라는 마음에서 써 내려간2022년 11월 3일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이성범씨. 한국일보는 실종된 치매 노인의 전단지 속 사진을 현재 모습으로 구현했다. 실종 기간이 10년이 넘은 어르신의 경우 '3D 나이 변환 기술' 등이 적용됐고, 비교적 최근 사진은 선명도를 높여 식별이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국내 최고의 얼굴 인식 전문가로 꼽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익재 AI·로봇연구소 소장이 함께했다."아버지 내가 누구야?""내 아들, 이.정. 훈.

경찰은 심드렁했다. 벌건 대낮, 횟집이 모여 있는 식당 거리니까 걱정 말라는 투였다. 경찰은 성범이 횟집을 나와 다리를 건너 동쪽의 삼천 뚝방길로 내려갔을 거라 했다. 동쪽으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주유소 폐쇄회로TV가 단서였다. 경찰 말만 믿고 이틀을 뚝방 주변을 뒤지고 다녔지만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동쪽으로 계속 가면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이 나오지만, 한 건의 신고도 없었다.아들의 예측은 맞았다. 성범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곳은 횟집에서 남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모악산 입구였다. 정훈은 다리가 풀렸다. 그날은 그해 처음으로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질 만큼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다.이정훈씨는 아버지가 사라진 이후 경찰의 미흡한 판단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아직도 치가 떨린다고 했다. 아버지와 경찰의 엇갈린 동선을 여러 번 설명하느라 영수증 종이가 새까매졌다. 정훈씨의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이 전해졌다.

더 험한 일을 겪은 이도 있다. 2007년 강화도에서 실종된 어머니 임진락을 찾으러 나선 아들 성만용은 인천과 김포 일대 노인보호시설 문을 홀로 두드렸다가 들려 나온 채 쫓겨나고 신고까지 당했다."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손이 떨릴 만큼 억장이 무너져요."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또 한번 좌절하게 만드는 건 주변의 냉소"10년 넘게 생사 확인이 안 되는데 자식 입장에선 누군가 가뒀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근데 경찰은 그러대요.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냐고요. 상상력이 풍부하다고요." 벌써 12년째 아버지 김환오를 기다리는 아들 홍기의 가슴도 그렇게 너덜너덜해졌다.2011년 12월 13일 실종된 김환오씨. 한국일보는 실종된 치매 노인의 전단지 속 사진을 현재 모습으로 구현했다. 실종 기간이 10년이 넘은 어르신의 경우 '3D 나이변환 기술' 등이 적용됐고, 비교적 최근 사진은 선명도를 높여 식별이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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