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삼풍 생존자가 전하는,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 재현이 이야기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깔려 159명의 사람이 죽었다. 그들은 그저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친구들과 어울려 핼러윈 축제에 간 것뿐인데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압사사고를 당한 것이다. 서울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다. 전에도 사람들은 자주 도심에 모였다. 하지만 여태 이런 일은 없었다. 일이 그렇게 되기까지 정부 당국은 몰려드는 인파와 도로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로서 말하자면, 30년 전의 김영삼 정부는 백화점 붕괴 직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의 책임을 천명했다. 덕분에 시민사회는 이 참사에 대해 '개인의 책임이다', '국가의 책임이다'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비극적인 참사 앞에서는 이념도 종교도 신념도 없었다. 모두 함께 건물 더미에 깔린 사람의 생사를 걱정했다. 애가 또 겁은 또 어찌나 많은지 어려서부터 병원 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어요. 머리 깎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재현이를 병원이나 미용실에 데려가려면 엄마 아빠는 종일 진땀을 빼야 했지요. 예방주사 맞으러 갈 때에는 하루종일 재현이는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 주사가 얼마나 아픈지 쉴 새 없이 묻고 또 물었어요. 그러고 나서도 병원 앞에서 아이와 꽤 긴 시간 실랑이를 해야 했죠. 결국엔 엄마 아빠손에 강제로 이끌려 병원에 간 적이 많았고요. 겁이 무척 많은 아이였어요.
글쎄요. 다른 집 애들은 딸 아들 할 거 없이 중학교만 들어가도 방문 닫고 안 나온다고 하는데 저희 애는 안 그랬어요. 학교나 집 밖에서 재밌었던 일이 생기면 제 옆에 앉아 싱글싱글 웃으며 얘기하길 좋아했어요. 제가 음식 준비를 하고 있으면 식탁에 앉아 늘 그날 있었던 일들을 말해 주곤 했죠. 저희 가족은 대화가 많은 편이었어요. 아이와 좋아하는 음악까지 서로 공유할 정도로 말이죠. 김치 냉장고에서 막 꺼낸 첫 김치를 작게 썰어주면 얼마나 좋아하던지. 애 입에 김치를 작게 썰어 넣어주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맛있다고 더 달라는 아이였어요 그러면 저는 신이 나서 얼른 김치를 가져다 맛있다는 아이 입에 자꾸 넣어주곤 했어요. 그뿐인가요. 콩나물 무침, 시금치나물 같은 것도 금방 무쳐서 반찬 통에 담기 전에 재현이 입에 먼저 넣어주면 맛있다고 좋아라 했어요. 저는 그런 재현이를 보는 게 또 좋았고요.
재현이 그렇게 되고 장례식장에 앉아 도대체 이 녀석이 왜 그랬을까, 이 철딱서니가 죽음이 뭔 지나 알고 그런 무서운 짓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 했어요. 정말 덩치만 컸지 속은 아직 아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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