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협상 테이블에 ‘환율 메뉴’ 올렸다 [‘제2플라자 합의’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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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상 테이블에 ‘환율 메뉴’ 올렸다 [‘제2플라자 합의’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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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환율·금리 ‘퍼펙트 스톰’으로?

관세·환율·금리 ‘퍼펙트 스톰’으로? 한미 양국 간 환율 협상 테이블이 본격 가동하며 ‘관세 전쟁’이 ‘통화 전쟁’으로 옮겨붙는 양상이 뚜렷하다. 환율 부문은 한미 ‘2+2 통상 협의’를 위한 고위급 회담 4대 안건 중 하나다. 특히, 환율 부문은 미국 측 요구로 포함됐다는 점을 시장과 전문가들은 예사롭지 않게 본다. 미국이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통화 가치 절상 압박을 본격화했다는 경계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배경이다.

달러 대비 대만달러 강세에서 촉발된 ‘제2플라자 합의설’이 외환 시장에 들불처럼 확산하더니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강세도 지속되고 있다. 관세·환율·금리 ‘삼각파도’가 한국 경제에 미칠 관전 포인트를 분석한다.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지 여부다.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입장에서는 환율 방향이 바뀌는 것만으로 ▲수출 가격 경쟁력 ▲외국인 자본 유출입 ▲해외 자산·외채 가치평가 변화 등 경제 전반에 포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환율 추이를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서울 외환 시장 등에 따르면,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대략 1370원 선을 오르내린다. 계엄 탄핵 정국 아래 한때 1500원을 바라보던 원·달러 환율이 올 5월 1360원대로 급락하면서 얼굴색을 싹 바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 종가 기준 지난해 10월 16일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과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급등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달러 약세로 비기축통화 상당수가 강세를 보였지만, 원화 강세는 유독 두드러졌단 평가다.무엇보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 ▲무역수지 개선 ▲실질 부채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달러 약세를 일정 수준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이 환율에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SNS에 올린 ‘8대 비관세 부정행위 목록’에서 환율 조작을 ‘1번’ 부정행위로 지목했다. 미 정부가 한국 등 주요국과 통상 협상을 벌이며 동시에 환율을 주요 의제로 직접 올린 데는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단 분석이다. ‘관세 전쟁으로 시작해서 환율 전쟁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있다. 고율 관세를 유지하며 달러 약세를 유도해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 시각이다. 미국이 교역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상대국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는 오른다. 미국이 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만큼 수입품 가격이 올라 수입 규모가 줄고 종국에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해외에 지불하는 달러 양이 감소한다. 즉, 미국에서 해외로 흘러가는 달러 공급이 줄어 달러 가치가 상승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교역 상대국에 예고한 관세가 모두 현실화하면 미국의 유효관세율이 33.5%에 달할 것으로 본다. 협상 과정에서 관세를 일부 유예하거나 낮추더라도 유효관세율은 15%다. 이는 1928년 대공황 당시와 비슷하다. 이 정도 수준 물가 상승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극대화한 뒤 실익은 환율에서 취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관세를 지렛대 삼아 상대국에 환율 양보를 끌어내는 협상 전략을 반복해왔다. 1971년 ‘닉슨 쇼크’가 대표 사례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긴급 수입 과징금을 부과하고 금태환을 전면 중단했다. 이 조치는 같은 해 12월 달러 가치가 8% 평가 절하된 스미스소니언 협정으로 마무리됐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 우려가 고조됐지만, 이듬해 1월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기고 경쟁적인 평가 절하를 하지 않는다”는 1단계 무역 합의로 일단락됐다.미중 양국은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이전까지 무역-투자-환율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켜 미국산 제품을 더 사주기를 원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수출보다 소비 기반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는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 발언에는 이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단 평가다. 중국 역시 기술 굴기에 충격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완만한 위안화 절상을 일정 수준 용인하며 양국 간 부분 합의가 가능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환율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이유는 간결하다.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켜 미국산 제품을 더 사라는 것”이라며 “물론 ‘환율 시장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통제돼야 한다’는 PBOC 의중을 감안하면 제도 변경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국 정부 역시 자국 소비 부양을 위해 위안화 강세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계 투자은행 JP모건도 “원화, 대만달러 강세를 주도한 요인은 당분간 유효하다”며 “환율 움직임이 관세 리스크보다는 외환 정책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우리 경제 기초체력을 고려한 원화 적정 가치 수준에 맞춰 인위적 절상이 가능할지다. 시장 일각에서는 사실상 제로 성장 초입에 들어선 한국 경제에서 한미 양국 간 합의로 원화 강세 흐름을 조성했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우려 섞인 시선도 고개를 든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기초체력을 고려한 달러당 원화 환율을 1300원대 중반 선으로 보고 있다. 최근 1300원대 후반에서 등락하는 현재 원·달러 환율에 비춰 30원 안팎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것. 외환당국도 일정 수준 원화 절상은 용인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원·달러 환율 변동성의 대부분이 국내 요인보다 달러 강세 등 대외 요인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인위적 원화 절상을 유도할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외화자산 매입 조정이나 외환 시장 개입 현황 분기 → 월 단위 조정 등이 우리 정부가 쓸 만한 협상 카드로 거론된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미 국채 매도로 국채 금리가 요동치는 것을 미국 정부가 신경 쓰는 만큼 국내 연기금과 기관이 미 국채를 더 사들이겠다는 카드를 내밀 수 있다”고 봤다. 원화 강세 국면에서는 수입 물가 하락으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여력도 일정 수준 확보할 수 있단 평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5월 2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로 0.25%포인트 인하한 것은 원화 강세 속 소비자물가 안정화를 고려해 내수·투자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원화 강세는 수출단가 상승 →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수출·제조업에는 대체로 악재로 작용한다. 국내 생산기지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내 전략적 가치가 약화할 수 있고 고정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은 충격이 심화할 수 있다. 외화표시 자산 비중이 큰 기업은 환차손이 우려된다. 외화표시 부채가 많을수록 원화 강세는 환차익을 낳지만, 외화 자산이 많은 기업에 원화 강세는 환차손을 키운다. 가령, 삼성전자와 현대차처럼 달러 매출 비중이 높고 외화표시 자산이 많은 기업일수록 원화 강세는 악재로 여겨진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위적 원화 강세와 금리 인하가 맞물릴 경우 자산 시장 과열로 자칫 실물-금융 간 괴리가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이미 국내외 연구기관의 내년 국내총생산 잠재성장률 전망이 1%대로 수렴하는 등 한국 경제 추락 징후가 도처에서 목격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한국개발연구원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도 잠재성장률 추락을 경고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낮아진 금리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겹쳐 부동산·가계부채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관세-환율 고리는 달러 패권 우려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이란 연쇄작용을 낳는다. 백번 양보해 미국이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 환율 실익을 취하고 고율 관세 부과를 사실상 없던 일로 하더라도 미 국채 금리 상승 추세가 쉽게 되돌려지기 힘들 것이란 시선이다. 무엇보다 현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엔 트럼프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관세 전쟁으로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시각이 확산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은 수십년간 무역적자에 시달렸지만, 오히려 이는 세계 경제에 기축통화인 달러를 퍼뜨리는 통로 역할을 했다. 미국 무역적자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는 무역흑자가 된다. 한국 등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으로 수십년간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금융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제조업 경쟁력 후퇴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소비를 기반으로 고도 성장을 누린 배경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이 관세를 ‘전가의 보도’ 삼아 달러 약세를 유도해 무역적자를 줄이면 이런 선순환 구조는 금이 간다. 다른 국가로 달러 공급이 급감하고 종국에는 달러 패권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단 의미다. 미국 채권 수요가 줄고 금리가 급등한 것엔 무역흑자를 겨냥한 미국의 관세·환율 전쟁이 달러 패권을 흔들 수 있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복합적인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특히, 10년물 등 중장기 채권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시차를 두고 기업 자본 조달 비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을 시장은 우려한다. 미 국채 10년물은 세계 금융 시장에서 무위험 금리의 바로미터다. 기업·국가·개인 등 경제 주체 자금 조달 금리, 주식 가치 평가, 파생상품 할인율 등이 미 10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재정 확대 또는 부채 증가로 중장기 금리가 상승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추경과 새 정부 재정 확대 기조까지 겹치면 중장기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며 “통화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 단기물은 하락하며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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